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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볼 대인배' 정근우와 얽힌 억울했던 '벤클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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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볼 대인배' 정근우와 얽힌 억울했던 '벤클의 역사'

    '참는 자가 진정한 승자' 한화 주장 정근우는 그동안 다소 억울했던 벤치 클리어링의 희생양이 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 21일 NC와 원정에서는 상대 명백한 빈볼에도 인내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였다.(자료사진=한화)

     

    상대의 도발적인 빈볼을 참아내며 또 다른 불상사를 막아낸 한화 내야수 정근우(34). 21일 NC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창원 원정에서 주장의 품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근우는 5-2로 앞선 7회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NC 투수 최금강의 초구에 그대로 등을 맞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보복이었다.

    NC는 바로 전 공격인 6회말 2사 박석민 타석에서 한화와 그라운드 대치 상황을 벌였다. 한화 선발 송은범의 2구째가 박석민의 등 뒤로 향하면서 둘 사이에 언쟁이 붙었고, 두 팀 선수들이 몽땅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송은범과 박석민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송은범은 초구를 던지는 동작 중 박석민이 타석에서 벗어난 것을 보고 타임 요청을 했다고 판단, 공을 높이 살살 던졌다. 하지만 심판은 타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송은범은 볼카운트에 손해를 보게 됐다. 2구째가 등 뒤로 향한 박석민은 빈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21일 NC 원정에서 7회 상대 투수 최금강의 초구에 등을 맞은 뒤 벤치를 향해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며 1루로 출루하는 한화 주장 정근우.(사진=중계화면 캡처)

     

    이후 공수 교대 뒤 곧바로 나온 정근우의 사구는 분명히 NC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었다. 자칫 2차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질 만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앞서 일어난 1차 때보다 더 격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벤치에 오히려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한화를 이끄는 주장으로서 사태 확산을 막으려는 의지였다. 팬들의 박수 속에 정근우는 1루를 밟았고, 결국 한화는 8-2로 이겼다. 경기 후 정근우는 "공을 맞은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범한 소감을 밝혔다.

    ▲2년 전 억울한 사구, 2009 KS 억울한 벤클

    정근우의 억울한 사구 사례는 또 있었다. 가장 가까운 것은 2년여 전이다. 2014년 4월 20일 LG와 대전 홈 경기에서 정근우는 상대 투수 정찬헌으로부터 두 차례나 공에 맞았다. 그 중 하나는 명백한 빈볼이었다.

    당시 정근우는 6회말 풀카운트 끝에 정찬헌의 시속 146km 직구에 등을 맞았다. 이후 8회 타석에서도 145km 직구를 또 등에 맞았다. 이에 화가 난 정근우는 마운드를 향했고, 그라운드 대치 상황으로 이어졌다. 정찬헌은 퇴장을 당했다.

    물론 LG도 나름 이유가 있었다. 6회 1루로 출루한 정근우가 후속 김태균의 유격수 땅볼 때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LG 유격수 오지환 쪽으로 발을 뻗었다는 것. 이에 2루 베이스를 터치한 뒤 오지환의 1루 송구가 바운드가 되면서 병살타가 되지 못했다.

    LG에서는 정근우가 너무 심하게 뻗은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6회말 이후 공수 교대 과정에서 이병규(9번)가 항의하고 정근우가 억울한 표정으로 응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후 정근우는 8회 의도가 담긴 빈볼을 맞은 것이다. 당시 LG 측은 "오지환의 유니폼이 찢기고 찰과상을 입어 선수들이 흥분했다"고 밝혔다.

    '악! 맞힌 데를 또' 2014년 4월 20일 LG와 홈 경기에서 8회 상대 투수 정찬헌의 공에 등을 맞아 괴로워 하는 한화 정근우.(자료사진=한화)

     

    당시 분위기는 LG에서 과하게 반응했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정근우가 상대 수비에 영향을 미치려는 슬라이딩은 선을 넘지 않은 정상적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은 "오지환이 2루수에게 토스했으면 됐을 텐데 혼자 처리하려다 보이지 않는 실책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LG가 당시 처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다소 의도적으로 빈볼을 던졌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2009년에도 빈볼은 아니지만 다소 억울한 그라운드 대치 상황에 얽혔다. 당시 SK에서 뛰던 정근우는 KIA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상대 투수 서재응과 언쟁을 벌였다. 투수 강습 타구에 아웃되는 과정에서 1루로 향하던 중 서재응의 도발로 시작된 설전이 벤치 클리어링으로까지 이어졌다. 정근우가 기 싸움의 희생양이 된 모양새였다.

    정근우는 팀의 주축 선수로서 맹활약과 끈질긴 승부욕으로 자주 상대 팀의 경계 대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벤치 클리어링의 중심이 설 때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면서도 중요한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진중해진다. 경험까지 쌓인 정근우는 이제 억울한 상황에서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 정근우가 사태의 맨 앞에 설 때는 정말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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