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지도자로 '적'이 되어 그라운드에서 만났던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이제는 FC서울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동지'가 됐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독수리’가 떠나고 ‘황새’가 찾아왔다. K리그 클래식 FC서울의 이야기다.
서울은 지난 최용수 감독의 후임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선두 경쟁을 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으며, FA컵도 16강에 오른 서울이라는 점에서 시즌 중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는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서울의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는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러브콜 때문이다. 지난여름 최용수 감독의 영입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장쑤는 1년 만에 다시 한 번 최용수 감독을 노렸다. 중국 굴지의 가전유통업체인 쑤닝 그룹에 인수되며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로 화제가 된 장쑤는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해 최용수 감독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2017년까지 서울과 계약한 최용수 감독은 지난 시즌 장쑤의 러브콜에 서울과 의리를 강조하며 잔류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인 데다 성적도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쉽게 이적을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이미 검증된 단단한 수비에 K리그 최고 수준의 ‘화력’을 더해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3개 대회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물론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떠나는 입장에서는 미안함이 없을 수 없다. 최용수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가는 것이 최상이지만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성적도 좋고, 선수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시즌 도중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애써 달랬다.
◇ 떠나는 최용수, 맞이할 황선홍...공백은 없다!
이미 수차례 핵심 전력의 해외리그 이적을 허락했던 서울은 지도자 이적도 빠르게 대처했다.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는 구단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서울의 후임 감독 선임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FC서울 이재하 단장은 “불과 4, 5일 만에 모든 일이 이뤄졌다”고 했다. 최용수 감독이 구단에 장쑤행 의사를 전달했고, 서울은 최우선 영입대상으로 황선홍 감독을 낙점해 영입에 나섰다. 이 단장은 “FC서울이라는 큰 구단을 이끌 지도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면서 “황 감독이 시간을 달라고 했고, 이틀 만에 답이 왔다. 그리고 이틀 뒤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긴박했던 후임 감독 선임 과정을 소개했다.
사실 최용수 감독도 자신의 후임 감독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이별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언론에 공개되기 불과 30분 전 구단으로부터 황선홍 감독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정도로 긴박했고, 비밀에 부쳐졌던 서울의 감독 교체다.
K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지도자로 '적'이 되어 그라운드에서 만났던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이제는 FC서울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동지'가 됐다. 지난 2011년 감독대행을 맡아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최용수 감독과 서울의 동행은 22일 안산 경찰청과 ‘2016 KEB하나은행 FA컵 5라운드가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