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선발 김기태(왼쪽)와 필승조 안지만이 23일 넥센과 원정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고척=삼성 라이온즈)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삼성의 시즌 9차전이 열린 23일 고척스카이돔. 경기 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아! 옛날이여"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 2014년까지 통합 4연패를 이뤘던 최근과 너무도 다른 올 시즌을 자조적으로 읊은 것이었다.
삼성은 전날까지 29승39패로 7위에 처져 있었다. 승패 마진이 -10으로 2010년대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삼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최근 삼성은 4연패에 빠져 있다. 류 감독은 "오늘 선발 김기태에 이어 필승조를 총출동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에게 필승조가 있었느냐"며 씁쓸하게 웃었다.
현재 삼성은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빠져 있다. 앨런 웹스터, 아놀드 레온 등 선발 자원 2명과 내야수 아롬 발디리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불펜 요원으로 분류됐던 김기태, 정인욱 등이 선발진에서 뛰어 계투진이 부실해졌다.
임창용(KIA)의 후임 마무리로 꼽혔던 안지만도 부상과 부담 등으로 중간으로 내려온 상황. 대신 불펜이던 심창민이 마무리로 승격됐다. 그나마 둘이 가장 믿을 만한 자원들이다. 사실상의 필승 듀오였다.
그래도 연패 탈출 의지는 강렬했다. 더 이상 연패가 길어지고 승패 마진이 커지면 자칫 가을야구를 장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더 이상 떨어지면 만회하기가 정말 어렵다"면서 "오늘은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류 감독의 자조는 이날만큼은 기우에 불과했다. 삼성은 필승조를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고, 이들이 화답하면서 마침내 연패 탈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김기태-안지만-심창민 '조기 교체' 승부수 적중이날은 선발 김기태가 최근 상승세를 이으며 호투를 펼쳤다. 올해 김기태는 1승3패 평균자책점(ERA) 6.18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2경기는 좋았다. 지난 11일 KIA전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하더니 17일 두산전에서는 6⅓이닝 1실점, 올해 최고의 역투를 펼쳤다.
김기태는 이날도 상승세의 넥센 타선을 잠재웠다. 5⅓이닝 동안 삼진 3개를 뽑아내며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타선도 1, 3, 5회 1점씩을 내주며 일찌감치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다.
하지만 삼성 벤치는 빠르게 움직였다. 6회 1사 1루에서 김기태를 내리고 안지만을 투입했다. 김기태의 투구수는 82개. 6일 전 두산전에서 92개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6회까지 맡길 만했지만 투수를 바꿨다.
삼성의 빠른 과단은 결실을 맺었다. 안지만이 6회 위기를 넘기고 7회초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냈다. 그 사이 타선도 7회 1점을 보태며 승기를 굳혔다.
8회도 삼성 벤치는 빠르게 움직였다. 안지만은 안타와 도루, 볼넷으로 무사 1, 2루에 몰렸다. 고종욱에게 맞은 우중간 안타성 타구를 교체 투입된 중견수 이영욱이 잡아냈다. 8회 1사 1, 2루에서 삼성은 마무리 심창민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심창민은 과연 벤치에 화답했다. 3번 김하성을 중견수 뜬공 처리한 심창민은 4번 윤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를 맞았지만 대니 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최대 위기를 넘겼다. 결국 9회까지 4-0 승리를 지켜냈다.
전날 삼성은 에이스 윤성환이 나서고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시리즈 첫 날 좌완 장원삼까지 스윕패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날은 김기태의 호투를 발판으로 그나마 남은 필승 자원들을 탈탈 털어내 연패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