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와 '고작'에서 '겨우'는 넉넉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더 드러나고, '고작'은 아무것이 아니라 할 만하거나 아주 적다는 느낌이 더 드러난다. '마련하다'와 '장만하다'는 무엇인가 "헤아려서 갖출" 때에는 '마련하다'라 하고, "사거나 만들어서 갖출" 때에는 '장만하다'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더럽다'는 어떤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안 좋거나 거북할 때에 쓰고 '지저분하다'는 어떤 모습이 보기에 안 좋거나 거북할 때에 쓴다고 한다.
신간 '새로 쓰는 비슷한 말 꾸러미 사전'은 낱말에 붙인 여러 말풀이와 함께 보기글을 싣고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이 저마다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가 하는 대목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우리말 지킴이로 일하며, 이오덕 선생님 유고와 일기를 정리한 최종규가 처음으로 쓴 비슷한말로 엮은 한국말사전이다.
수많은 한국말 가운데 헷갈리기 쉬운 1,100가지 낱말을 264가지 '비슷한말' 꾸러미에 묶어 한자리에 보여주고 있다.
사전에 실린 낱말과 말풀이, 보기글은 한국말을 쉽고 재미나면서 알차고 아름답게 돌아보도록 서양말투, 번역 말투, 일본 말투를 말끔히 털어내고 새롭게 붙인 순 우리말로 이루어져 있다.
말풀이는 열 살 어린이부터 혼자 읽고 생각할 수 있도록 쉽게 붙였으며, 비슷한말을 한데 묶다 보면 자칫 돌림풀이가 되기 쉬운데, 이를 피해서 뜻과 느낌과 쓰임새를 환하게 알 수 있도록 낱말마다 정확한 말풀이와 때에 따라 비슷하거나 다르게 쓰여지는 보기글을 함께 담고 있다.
비슷한말은 비슷하게 쓰는 말이지 같거나 똑같이 쓰는 말이 아니다. 같거나 똑같이 쓰려 했다면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 이모저모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조금씩 다르게 쓰는 맛이랑 멋이 있는 '비슷하면서 다른 낱말'을 담은 사전이기도 합니다.
책 속으로‘닮다’는 “거의 같다”고 하는 자리에서 쓰고, ‘비슷하다’는 “어느 만큼 같으나 서로 다르다”고 하는 자리에서 씁니다. 이를테면, 쌍둥이가 서로 같다고 할 만큼 생겼으면 ‘닮다’를 쓸 뿐 ‘비슷하다’를 쓰지 않습니다. 아이와 어버이를 놓고 생김새를 따질 적에는 ‘닮다’만 쓰고 ‘비슷하다’를 쓰지 않습니다. - 본문에서
“어느 것보다 많이”를 나타내는 ‘더’는 “끊이지 않고 이어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더욱’은 “어느 것보다 크거나 높거나 지나치게”를 나타냅니다. 쓰는 자리를 살피면 ‘더’나 ‘더욱’은 서로 엇비슷할 수 있지만 “배가 불러서 더 못 먹어요”처럼 쓰더라도 “배가 불러서 더욱 못 먹어요”처럼 쓰지는 않습니다. ‘더욱더’나 ‘더더욱’은 ‘더’와 ‘더욱’을 힘주어서 쓰는 말입니다. - 본문에서
나이가 비슷한 사람은 ‘또래’이고, 가까이에서 늘 보면서 어울리는 사람은 ‘동무’입니다. 나이가 비슷하면서 가까이에서 어울리는 사람은 ‘벗’이에요. - 본문에서
‘마찬가지’는 여럿을 한자리에 놓고 살피는 자리에서 서로 같은 느낌을 담아요. 두 가지를 견준다든지 서너 가지를 맞대면서 서로 같다고 할 때에 써요. ‘매한가지’는 마지막이나 나중에 살피면 서로 같다는 느낌을 담으면서 씁니다. - 본문에서
‘마침내’는 어떤 일을 맺거나 마치는 자리에 씁니다. ‘드디어’는 어떤 일을 처음 열거나 어떤 일이 비롯한다는 자리에 씁니다. 이러한 느낌을 헤아린다면, “마침내 이 책을 다 읽었어”일 적에는 책읽기를 마친다는 뜻이고, “드디어 이 책을 다 읽었어”일 적에는 책읽기를 마치면서 다른 일로 나아가거나 어느 책 하나를 마쳤으니 다른 책으로 넘어간다는 뜻이에요. - 본문에서
‘멈추다’와 ‘멎다’는 “움직이던 것이 그 자리에 있는” 모습으로만 보면 똑같이 쓸 수 있지만, ‘멈추다’는 더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가리키고, ‘멎다’ 는 움직임이 사라진 모습을 가리킵니다. - 본문에서
굽은 것을 바르게 하기에 ‘바로잡다’이고, 망가져서 못 쓰는 것을 다시 쓸 수 있도록 하기에 ‘고치다’입니다. 손을 대어 잘 다듬거나 추스르기에 ‘손질하다’이고, 손을 대어 잘못이나 모자람을 없애기에 ‘손보다’입니다. - 본문에서
‘버무리다’는 “여러 가지를 한데 넣고 고르”는 모습을 가리켜요. ‘무치다’는 “양념을 넣어 맛을 고르”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무치다’는 한 가지에 양념만 넣은 것을 가리킬 수 있지만, ‘버무리다’는 여러 가지를 넣을 때에만 씁니다. - 본문에서
‘불쌍하다’와 ‘가엾다’는 뜻이 같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불쌍하다’는 누구한테나 골고루 쓰는데, ‘가엾다’는 이 말을 하는 사람보다 어린 사람한테만 쓴다고 할 만합니다. - 본문에서
‘어리숙하다’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어리석다’와 같지만, ‘어리숙하다’는 사회 흐름을 굳이 뒤따르지 않기에 잘 몰라서 꾸밈없는 모습이 드러날 때에도 씁니다. 오래도록 했어도 제대로 알지 못할 때에는 ‘어리석다’라 하고, 이제 처음으로 하거나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알지 못 할 때에는 ‘어리숙하다’라 합니다. - 본문에서
내 말이나 생각을 지나치게 내세우려 할 때에 ‘억지’라고 합니다. ‘어거지’는 “모질거나 드센 억지”입니다. - 본문에서
‘언제나’와 ‘늘’과 ‘노상’은 아주 비슷하다 할 만하지만, 뜻은 살짝 다릅니다. 어느 때이든 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짙은 ‘언제나’입니다. 끊이지 않고 잇는다는 느낌이 짙은 ‘늘’입니다. 한 가지 모습이 그대로 흐른다는 느낌이 짙은 ‘노상’입니다. - 본문에서
‘옛날’과 ‘예전’은 말뜻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전’은 “지나간 날 가운데 어느 한 대목”을 짚으면서 가리키고, ‘옛날’은 “지나간 날을 뭉뚱그려서” 가리켜요. -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