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은범 (자료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투수가 없어"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이 송은범을 2경기 연속 선발투수로 기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투수가 모자라 그런 결정을 내렸다.
송은범은 지난 26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만을 소화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2사 후 급격히 흔들려 3실점했다. 총 투구수는 20개였다.
그리고 송은범은 2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26일과 28일 사이 휴식일이 있었지만 선발투수의 경우 아무리 적은 공을 던졌다 하더라도 최소 3일 이상 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김성근 감독은 넥센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송은범의 선발 등판은 (26일 롯데와의) 경기가 끝나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은 1회 이후 송은범을 곧바로 교체한 것이 다음 경기 선발 등판을 염두에 둔 결정은 아니라고 했다. "송은범이 안 좋을 때 하는 동작이 있는데 그게 나왔다"며 조기 교체의 이유를 설명했다.
중간에 하루 휴식일이 있긴 해도 2경기 연속 선발 등판은 프로야구 무대에서 14년만에 나온 진풍경이다. 송은범이 과연 정상 컨디션으로 얼마나 공을 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송은범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졌다. 4회말이 끝날 때까지 넥센 타선을 3안타 1볼넷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1회와 4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고 선두타자에 출루를 허용한 이닝은 없었다.
송은범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한화 벤치는 곧바로 움직였다.
송은범은 5회말 들어 선두타자 채태인에 볼넷을, 박동원에게는 몸 맞은 공을 던졌다. 이어 박정음이 우전안타를 때려 만루 찬스에 몰리자 김성근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당시 한화는 넥센에 7-0으로 앞서있었다. 로사리오와 정근우, 김태균, 양성우의 홈런 4방이 2,3회에 집중돼 넥센의 영건 신재영을 무너뜨렸다.
송은범으로서는 아웃카운트 3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위기에 몰렸고 2경기 연속 선발 등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공을 뿌린 상태였다. 송은범은 총 86개를 던졌다.
넥센이 적시타와 상대 실책에 힘입어 2점을 뽑으면서 송은범의 최종 기록 4이닝 4피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점)이 됐다.
송은범은 최고 시속 148km, 최저 142km의 직구 구속을 기록했고 직구와(39개)와 슬라이더-커브(38개)의 비율을 비슷하게 유지했다. 86개 중 스트라이크는 46개에 불과했지만 볼넷을 최소화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비교적 승부를 잘했다.
'퀵후크(3실점 이하를 기록 중인 투수를 6회가 끝나기 전에 교체하는 것)'에서 시작된 송은범의 2경기 연속 선발 등판의 강수는 '퀵후크'로 마무리됐다.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꺼내든 궁여지책은 팀 승패의 관점에서 성공을 거뒀다. 한화로서는 선방했다. 송은범이 버틴 시간에 타선이 폭발해 기선을 제압한 것이 컸다.
한화는 넥센을 13-3으로 완파했다. 7회에 나온 차일목의 홈런까지 올 시즌 팀 자체 한경기 최다인 5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비록 승리했지만 파격적인 마운드 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한화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마운드 운영의 체계를 갖추는 것은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 위해서다. 변칙 운영이 시즌 중후반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성근 감독의 고민은 한결 같다. 투수의 부재를 아쉬워한다. 그는 "안승민은 2군에서 2번 던지고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면서 "배영수는 구속이 130㎞대에 머물고 있다"며 "투수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