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호가 티아고 타바레스를 꺾는다면 추후 챔피언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지난달 16일 부산 팀매드 체육관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양성훈 감독이 한 말이다.
양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다. '슈퍼보이' 최두호(25, 부산팀매드/사랑모아통증의학과)가 UFC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8, 아일랜드)에게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최두호는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디 얼티밋 파이터 23 피날레' 페더급 경기에서 타바레스(32, 브라질)를 1라운드 2분 42초 만에 펀치 TKO로 제압했다.
2014년 UFC 진출 후 3연속 1라운드 KO승. 데뷔전은 후안 마누엘 푸이그(멕시코)를 1라운드 18초, 작년 11월 UFC 서울 대회는 샘 시실리아(미국)를 1라운드 1분 33초 만에 KO시켰다. 3경기를 치르는 데 4분 33초 걸렸다.
2연속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최고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도 받았다. 최두호는 시실리아·타바레스 경기 전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를 노리고 있다"고 공언했고, 상대에게 강력한 펀치를 꽂아 넣으며 약속을 지켰다.
양 감독은 최두호에 대해 "종목에 상관 없이 천재는 인지능력이 좋다. (두호는) 타격 천재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상대 동작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나의 동작을 5~6개 동작으로 짧게짧게 끊어서 보기 때문에 그라운드 실력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했다.
최두호는 "셋업 없이 타격을 적중시키기는 힘들다. 상대 펀치가 이 길을 안 지나갈 수 없게끔 미리 나머지 경로를 차단한다. 그런 다음 상대 안면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저격수의 움직임과 비슷하다"고 했다.
타고난 타격능력 외에 멘탈도 좋다. 최두호는 이날 타바레스를 꺾은 후 옥타곤 인터뷰에서 "상대가 쓰러져 전의를 상실했지만 심판이 안 말려서 한 대 더 때렸다"고 승리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곧 이어진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는 "내 예상대로 경기가 풀렸다. 자기 능력에 자신있다면 의구심을 갖거나 긴장할 필요 없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부산 팀매드 체육관 한 켠 백보드에는 심리학 용어가 쓰여져 있다. 사진=문수경 기자
'격투기는 심리가 지배한다.' 부산 팀매드의 모토다. 실제 팀매드 체육관 한 켠 백보드에는 거울뉴런, 몰입, 시각화, 신경가소성 등 심리학 용어가 빼곡하다. 양 감독은 "(최두호가) 심리기술훈련을 잘 따라오고 신체훈련을 열심히 한다. 덕분에 기량 향상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이날 경기 뒤 최두호는 "컵 스완슨(랭킹 6위)과 가와지리 다츠야(랭킹 14위) 경기(8월, UFC 파이트 나이트 92) 승자와 맞붙고 싶다"고 했다. 스완슨은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최두호라는 아이가 좋다'(I like Choi kid)는 글을 남겼다.
"UFC 파이터로서 갈 길이 멀지만 빨리 랭킹을 끌어올리고 싶다." 한국 최초의 UFC 챔피언을 향한 최두호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