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2' 주연배우 수애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동계올림픽에는 수많은 경기 종목들이 존재한다. 피겨 스케이팅,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그 중 아이스 하키는 우리에게 낯선 스포츠 중 하나다. 대표팀의 존재도, 경기 결과도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종목. 배우 수애는 영화 '국가대표2'로 이 생소한 스포츠에 도전했다.
"이번 촬영하면서 아이스 하키에 대해 알리고 싶었어요. 특히 여자 아이스 하키 선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뛰고 있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그들의 빛나는 모습을 알려드리고 싶다는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그가 맡은 역할은 유일한 정통 아이스 하키 선수 리지원이다. 아무래도 운동 선수 역할이다보니, 일반적으로 스크린에서 배우들이 보여주는 화려함은 최소화됐다.
"제가 원래 화장을 잘 안하기도 해요. 빙판에 얼굴이 쉽게 타서 선크림이나 비비크림 정도는 발랐죠. 그런데 땀 분장 때문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까 거의 맨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그게 가장 멋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예쁘게 보이고 싶거나 그런 생각은 없었어요.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줄 수 있는 모습이고 싶었죠."
마치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아이스 하키팀처럼 '국가대표2' 팀은 서로 끈끈한 정을 쌓아 나갔다. 거친 현장에서 서로 몸을 맞부딪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감정이 생겨났다고. 배우 오달수는 '현장의 꽃'이 되어 중심을 잡았고, 오연서, 김예원, 김슬기 등은 힘들었던 수애를 위로하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여섯 배우들의 좋은 호흡이 담기지 않으면 아무도 영화에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많이들 기싸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전혀 아니었고, 현장 자체가 서로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친숙해졌어요. 대기 시간이 많아서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도 했고. 이렇게 많은 여성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제게도 낯선 경험이었는데 120% 만족하고 있어요. 동생들이 제가 힘들 때마다 노래를 불러주거나 춤을 춰주거나 그랬어요. 아직도 그게 생각이 나네요. 정말 사랑스러운 동생들이거든요."
유일한 정통 아이스 하키 선수이기 때문에 수애는 누구보다 캐릭터 디테일에 힘써야 했다. 동작 하나라도 어설프게 보이면 몰입을 방해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이었고, 그 시간 동안 맹훈련을 했어요. 작은 행동부터가 다를 거라고 생각했죠. 걸음걸이나 달리는 자세나 간단하게 몸을 풀더라도요. 운동선수가 아닌 것 같은 모습이 들키면 안될 것 같았어요."
영화 '국가대표2' 주연배우 수애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잦은 부상과 위기 상황은 배우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타박상은 기본이고, 어깨가 탈골되거나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불상사도 있었다. 지금에 와서는 그 모든 기억들이 힘들지만 그리운 추억으로 남았다.
"연습도 실전처럼 하다보니 모든 배우들이 부상이 많았어요. 병원에서 치료 받고 오자마자 촬영하고 그랬죠. 체력적 한계는 매번 맞닥뜨렸던 것 같아요. 전지 훈련 촬영할 때 파도에 휩쓸릴 뻔한 적도 있어요. 아무래도 그 장면이 힘들고 절박했던 만큼 배우들끼리 동료애가 더 끈끈해졌어요. 지방이니까 끝나고 식사하면서 회포도 풀었거든요."
비슷한 시기 개봉하는 '덕혜옹주'처럼 '국가대표2'는 여성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다. 수애는 그래서 더 '내심 잘됐으면 한다'는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원래 여성 배우들이 중심이 되는 영화가 많이 없는데 이상하게 올해 그러네요. 선봉에 나서서 함께 개봉하는 영화이니만큼 '덕혜옹주'도 같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같은 여자로서 그 분의 인생이 어떻게 영화로 다뤄질지 궁금해요."
일단 눈여겨 보고 있는 작품은 있지만 차기작은 신중하게 결정하려 한다. 수애는 드라마와 영화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몇 안되는 배우 중의 하나다. 유명 배우들은 영화만큼 드라마에 큰 비중을 두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어느 현장이나 고된 것은마찬가지지만 수애에게 드라마는 마치 뿌리와도 같다.
"시작을 드라마로 했고, 신인 때부터 계속 병행하다보니 드라마 나름의 장점이 있더라고요. 시청자들이나 팬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커요. 사실 드라마 촬영 기간에는 사적인 일을 할 수 없고, 잠조차 잘 수 없는 생활이죠. '야왕' 촬영할 때는 언젠가 쪽대본을 외우느라고 이동 시간에도 잠을 못자서 3일 밤을 샌 적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배우로서 힘을 얻는 지점이 있어요."
침착하고 분주한 도시보다는 한적한 시골을, 번잡한 삶보다는 단순한 삶을 꿈꾼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 좋다'는 수애는 얼마 전 홀로 유럽 배낭 여행을 다녀왔다.
"3주 정도 로마, 나폴리, 베니스에 갔어요. 그냥 운동화 신고 트레이닝복 입고 걸었죠. 구글맵 하나에 의존해서. 비 올 때는 그냥 슬리퍼 신고, 우비 입고 다녔으니까…. 한국 분들도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 지나가는 분위기더라고요.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 유럽 남자들이 너무 멋있어서 오히려 제가 막 눈이 따라갔어요."
영화 '국가대표2' 주연배우 수애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군것질을 좋아하는 그는 생각보다 엄격하게 몸매를 관리하지는 않는다. 디저트를 위해 밥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세 끼니는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일단 일주일에 세 번 운동하려고 노력은 해요. 세 끼니를 다 거르지 않고 먹는 습관이 있어서 챙겨 먹어요. 디저트 먹는 거 좋아해서 맛집도 찾아가고…. 한 번에 먹을 때 양이 많지는 않고 자주 먹는데 밥 먹고 군것질 할 것 같으면 아예 디저트만 먹기도 하고요. 그걸 포기할 수가 없어요. 빵 엄청 좋아하고, 어제도 인터뷰하다가 당이 떨어져서 와플이랑 아이스크림 먹었어요."
수애는 천성이 활발한 배우는 아니다. '셀카'(셀프카메라) 찍는 것이 어렵고, 예능프로그램 역시 난제 중의 난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