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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한여름 밤 태양 아래서 기이한 살인사건

    신간 스릴러 소설 '화이트 나이트'

     

    신간 '화이트 나이트'는 살인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은 변호사 레베카가, 백야의 밤에 살해당한 여성 목사가 십자가에 매달린 채 발견되는 사건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이다.

    "가슴 속 개가 성난 괴물처럼 날뛴다. 멈출 수가 없다."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스웨덴의 백야 기간, 목사 밀드레드 닐손이 사슬에 묶여 십자가에 매달린 시체로 발견된다. 여성운동과 야생 늑대 보호, 교회 개혁 등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던 밀드레드는 직선적이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으로 주위에 적이 많았다. 한편 스톡홀름에서 세무변호사로 일하는 레베카는 ‘블랙 오로라’ 사건 이후 한동안 두문불출하다가 형사사건의 얼굴마담이 되어 재판에 불려 다니는 신세다. 그날의 끔찍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사람들의 악의적인 관심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다. 레베카는 교회 재정 건전화 건으로 방문한 키루나에서 죽은 목사가 남긴 서류를 정리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이를 안나마리아 형사에게 알린다. 레베카는 그 후에도 밀드레드가 살던 동네에 머물며 피해자의 주변인들과 교유하게 되고, 그들에게서 밀드레드 이야기를 전해 듣는 한편 교회 회계 서류의 문제점을 알려주는 등 경찰에 협력한다. 그녀는 ‘블랙 오로라’ 사건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어 최대한 사건과 관련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건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만다.

    책 속으로

    나도 쇠 지렛대를 흘긋 본다. 관절이 하얘지도록 움켜쥐고 있다. 그때 문득 가슴속 개가 다시 나타난다. 거대하다. 발이 말굽 같다. 등줄기의 털이 목부터 꼬리까지 쭉 일어섰다. 이가 드러난다. 나를 통째로 삼킬 태세다. 그 뒤에는 저 여자도 삼키겠지._14쪽

    "씹할, 왜 그럴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살인을 하면 어떤 느낌이냐고 물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동안 앉아서 시라도 쓰고 있었던 줄 알아요? 그게 무슨 느낌인지 분석하면서? 난 그냥 그렇게 된 거라고요!_44쪽

    에리크가 울먹이며 밀드레드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녀를 일에 다 빼앗겼다고, 아기를 원한다고 할 때도 있었다. 그럼 밀드레드는 손바닥을 위로 들어 보이며 뭘 기대하냐고,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에리크는 어디로, 누구에게로 가란 말이냐고 물었다. 폭풍은 언제나 지나가고 일상이 비틀거리며 다시 굴러갔다. 그리고 늘, 거의 늘, 그것으로 에리크는 충분했다._136쪽

    “남자들이 여자들을 때립니다.” 밀드레드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다음 말을 잇는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얕잡아보고, 지배하고, 박해하며, 죽입니다. 또 여자들의 생식기를 잘라내고, 갓 난 여자 아기들을 죽이며, 베일을 쓰도록 강요하고, 가두고, 강간하고, 교육받지 못하도록 막고, 더 낮은 임금을 주고, 권력을 가질 기회를 빼앗습니다. 또한 남자들은 여자가 사제가 될 권리를 부인합니다. 저는 그런 사실들이 없는 척할 수가 없습니다.”_182쪽

    술집 밖의 마당은 어둠 속 커다란 방처럼 소란스러웠다. 달그락거리며 자갈 밟는 소리, 재잘거리고 깔깔대며 수다 떠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 별이 반짝이는 검은 하늘 위로 거리낌 없이 치솟고, 부끄러움을 모르고 밀려 나가 강 건너 집까지 닿았다. 그 소란이 숲 속으로, 검은 전나무와 목마른 이끼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도로를 따라 달려 나가 마을을 깨웠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고._268~269쪽

    “늑대들과 여자들 사이엔 뭔가 공통점이 있어. 우린 비슷해. 그 암늑대를 보면 우리의 창조 이유가 떠올라. 또 늑대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참을성이 강해. 생각해봐.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극지방에서도, 50도까지 올라가는 사막에서도 살 수 있어. 세력권을 확보하는 동물이고 한번 정한 경계는 바꾸지 않아. 그러면서도 수 킬로미터씩 방랑을 다니지. 완전히 자유롭게. 무리 내에서는 서로 돕고 의리도 강해. 새끼들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우리와 비슷해.”_295쪽

    밀드레드는 울기 시작한다. 입을 일그러뜨리지 않으려 애쓴다. 얼굴을 개의 털가죽 속에 묻는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리사가 원한 게 바로 이거다. 어쩌면 실은 그녀를 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리사는 밀드레드의 눈물과 고통을 바란다. 하지만 만족하지 못한다. 리사 자신의 고통이 아직도 굶주려 있다._341쪽

    눈앞에 밀드레드가 나타난다. 그 후로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 첫 일격 이후에. 그때는 그녀를 향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그가 산산조각 낸 것은, 모두 앞에 보란 듯이 달아맨 것은 밀드레드의 시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었다._4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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