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21, 한국체대)의 세계랭킹은 21위다.
분명 높은 세계랭킹은 아니다. 하지만 박상영에게 세계랭킹은 의미가 없었다. 진짜 21등이 아니었다. 이제 고작 스물하나의 나이. 부상으로 1년 가까이 쉰 탓에 100위권 밖에 머물던 세계랭킹을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21위까지 끌어올렸다. 세계랭킹과 상관 없이 기량은 이미 정상급이었다.
16강에서 꺾은 세계랭킹 2위 엔리케 가로조(이탈리아)도 "박상영은 정말 강했다"며 "그의 세계랭킹이 낮은 것은 부상으로 1년 동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박상영은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년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게자 임레(헝가리)에 15-14 대역전승을 거뒀다.
박상영의 이름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당시 박상영은 한국 최초로 세계청소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진선, 박경두, 권영준 등 형들과 호흡을 맞춰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잠시 잊혀졌다.
지난해 3월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고, 1년 가까이를 재활에 투자했다. 당연히 슬럼프도 찾아왔다. 하지만 박상영은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 국제월드컵대회 3위, 4월 아시아선수권 2위를 차지하는 등 부활을 알렸고, 세계랭킹도 100위권 밖에서 21위까지 끌어올렸다.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리우 올림픽 펜싱 기대주였다.
박상영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난해 전방 십자인대 부상을 당한 때"라면서 "부상을 당했다고 조급해하거나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재활 운동에 임하며 나 자신을 믿으니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집중력의 승리였다. 10-14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오히려 차분해졌다. 결국 내리 5점을 뽑아내며 에페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