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선수가 10일 오후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시상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종오는 사격계의 슈퍼스타다. 국제사격연맹의 한 관계자는 진종오의 남자 50m 권총 우승 기자회견이 끝나고 백스테이지로 가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다른 연맹관계자는 아예 진종오가 사격하는 모습의 그림이 담긴 휴대폰 케이스를 들고 다닌다.
진종오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슈팅센터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뒤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딴 메달 중 가장 값진 메달"이라고 말하자 외신은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곧바로 한 외국기자가 "왜 가장 값진 메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진종오는 "지금까지 참가한 올림픽 중 가장 힘들었던 올림픽이었고 가장 부담스러운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외국기자는 더 궁금해졌다. 곧바로 "왜 가장 힘들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진종오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리우올림픽에 임했는지 속속 들이 알고 싶었던 모양이다.
진종오는 평소 자주 웃고 성격도 밝다.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가 부담된다고 말하지만 늘 웃으면서 그 말을 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큰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물었다. 실제 어느 정도였냐고. 그러자 진종오는 "사격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고 답했다. 그렇다. 그동안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다.
10m 공기권총에서는 그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이 걸려 있었고 금메달을 딴 50m 권총에서는 올림픽 사격 사상 첫 개인전 3연패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었다. 게다가 메달 2개만 더 따면 양궁 김수녕을 넘어 한국 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보유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주위에서 계속 그런 말이 들려오니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진종오는 리우로 떠나기 전 "기록을 알고 있다. 부담을 떨쳐내는 것이 관건인 것 같은데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기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다. 10m 공기권총에서 5위에 머문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대회 준비 과정도 이전보다 힘들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다. 대회 출전과 해외 원정이 반복되다보니 심신이 지쳤다. 진종오는 지난 6월 "올해는 스케쥴이 잔인한 것 같다.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국제사격연맹 관계자는 휴대폰에 '진종오 케이스'를 설치했을 정도로 진종오에 대한 애정이 깊다 (사진=노컷뉴스)
진종오는 이처럼 힘들게 올림픽을 준비했고 또 어느 때보다 큰 부담감과 싸워야 했다.
그래서 50m 권총 금메달이 소중하다. 한때 탈락 순위권에 몰렸던 위기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1위를 차지한 역전 드라마를 펼쳤기에 더욱 감격적이다.
진종오는 외국기자의 "왜 가장 힘들었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응원을 많이 해주시니까 보답하고 싶었고 나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나다 보니까 나를 컨트롤하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 메달이 가장 값지고 가장 힘든 올림픽이었다. 응원에 보답하고 싶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진종오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메달을 위해? 아니다. 사격이 좋아서다. 그래서 사격을 떠날 생각이 없다. 진종오는 "주위에서 자꾸 후배들에게 물려주라고 하시는데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빼앗는거다. 내가 좋아하는 사격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