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전쟁...올림픽 기간 동안엔 '휴전'
- 리우 8만5천 치안병력, 훗날 '인권탄압' 불씨
- 20세기 개발주의·국가주의 올림픽
- 21세기는 분산개최·친환경주의로
- 선진국 독점 올림픽 될 우려도
- 한국 축구, 금메달 가능성 높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8월 11일 (목)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윤수 교수 (한신대)
◇ 정관용>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우리 메달 몇 개 땄나? 우리가 지금 몇 등인가? 내가 좋아하는 선수 과연 메달 딸까? 우리 축구는 과연 우승할까? 메달 딸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들 참 많죠. 그런데 좀 한 걸음 떨어져서 올림픽을 과연 어떤 눈으로 봐야 할까. 올림픽이란 지구인에게, 우리에게 무엇일까. 이런 생각도 한번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얘기 잘하시는 분 오늘 모셨습니다. 스포츠평론가이시고 또 문화평론가이시죠. 한신대학교의 정윤수 교수 어서 오십시오.
◆ 정윤수>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지금 제가 방금 얘기한 그런 얘기 잘하시죠?
◆ 정윤수> (웃음) 네, 부족하지만 그래도 조금 준비를 해서 왔습니다.
◇ 정관용> 올림픽에 대한 철학적 고찰.
◆ 정윤수> 그건 너무 심오하고요.
◇ 정관용> 사회과학적 고찰.
◆ 정윤수> 21세기가 굉장히 막 복잡하고 세계가 충돌하고 국제적인 위기들이 많은데 이럴 때 올림픽이 갖는 의미는 뭔가. 그 정도의 말씀을 제가 드려보면.
◇ 정관용> 뭡니까? 의미가 뭡니까?
◆ 정윤수> 글쎄, 이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만은 정말 그래도 좀 마음으로는 휴전 상태인 것 같아요. 우리가 다른 뉴스나 다른 소식을 접할 때는 개별 나라들이 다 위기나 테러나 지진이나 뭐가 났을 때 우리가 그 소식을 접하는데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코트디부아르라는 나라를 또 알게 되고 당장 개최하고 있는 리우, 브라질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북반구의 여러 여유 있는 나라들에 대해서도 한 번은 좀 너그럽게도 보게 되고. 그래서 실제로는 이 현실이 훨씬 더 각박하고 여러 나라들끼리의 갈등이나 국제적인 테러위협이라는 게 상존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올림픽이 열릴 때만큼은 이제 다른 나라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호의적인 관심과.
◇ 정관용> 그래서인지 올림픽 개막한 후 지금까지는 대형테러가 없네요.
◆ 정윤수> 글쎄요. 그러니까 올해 들어서만도 유럽에 파리라든지.
◇ 정관용> 계속 빈발했잖아요.
◆ 정윤수> 네. 그랬는데 제가 이런 식으로 농담을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그런 걸 기획하던 사람들도 올림픽을 좀 보고 하자. 올림픽 재밌으니까 누가 그분들도 다 소속 국적이 있을 테고.
◇ 정관용> IS도 올림픽은 보나 보죠?
◆ 정윤수>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1년 내내 올림픽과 같은 마음이라면 좀 분쟁이나 테러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정관용> 하긴 그리스 고대 올림픽 때도 지중해 인근에 많은 나라들과 도시국가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했는데 올림픽 기간에는 휴전했다는 것 아닙니까, 실제?
◆ 정윤수> 네, 그랬죠. 그리고 그게 21세기의 스포츠 현황에서도 자주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하면 제가 좀 전에 말씀드렸던 코트디부아르 같은 나라는 과거 영어식 표현으로는 아이보리 코스트(Ivory Coast)라고 해서, 아이보리 코스트 그러면 일부에서 그냥 얼핏 알기로는 상아빛으로 참 아름다운 해안이 있는 나라인가보다. 이렇게 낭만적으로 여기기 쉬운데 사실은 19세기에 상아전쟁, 제국주의 국가들이 바로 콩고강 일대에 있는 상아를 차지하기 위해서 거기 있는 부족민들을 거의 전쟁 총알받이처럼 사용했던 아주 악명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서구인들이 붙인 이름이 상아가 나고 상아를 수출하는 그런 전진기지로써 아이보리 코스트라고 붙여진 이름인데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 20세기 후반에 독립하고 제국들이 물러나게 되면 제국에 의해서 강제로 조정되고 편성됐던 부족들이 갑자기 통일된 어떤 국민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세력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다 보니까.
◇ 정관용> 전쟁이 나고 분쟁이 생기고 내전이 벌어지고.
◆ 정윤수> 네, 아프리카 내전은 대개 그렇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그러니까 거기 축구선수 중에 드록바라는 유명한 선수가 있습니다.
◇ 정관용> 드록바.
◆ 정윤수> 이 선수가 물론 올림픽은 아니고 월드컵 때 일이지만 아프리카 지역 예선도 통과해야 되고 최종예선도 해야 하는데 그거 하러, 홈경기 하러 와보면 내전을 벌이지 않습니까?
◇ 정관용> 맞아요.
◆ 정윤수> 그러니까 축구경기가 있는 동안만큼은 총을 내려놓자. 그런 캠페인을 했는데 실제로 일주일씩, 보름씩 내전이 잠시 휴전되고 그런 일들이 왕왕 있었죠.
◇ 정관용> 올림픽은 평화의 상징이다.
◆ 정윤수> 네, 그래야 되죠. 그런데 이게 또 약간 좀 어려운 점이 최근에 리우올림픽을 사전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 정관용> 걱정했어요. 치안 문제.
◆ 정윤수> 네, 치안문제도 있고.
◇ 정관용> 지카바이러스.
◆ 정윤수> 그래서 영국 같은 선수단은 모기가 3층 이상은 못 올라올 것이다 해서 선수단 숙소를 대체로 5층 이상으로 선수들을 배치한다든가 미국 선수단들은 여유가 있으니까 농구팀을 중심으로 해서 아예 리우항에다가 크루즈 유람선을 띄워서.
◇ 정관용> 초호화 유람선을.
◆ 정윤수> 아예 모기가 그쪽으로 못 오게끔 그런 정도로까지 할 정도로 그랬는데 아직 그렇게 우려할 만한, 물론 그런 바이러스나 그런 게 나중에 잠복기라는 게 있어서 그렇긴 합니다만 치안 문제가 제일 걱정이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그런데 치안 문제,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데 평화롭게 잘 치르기 위해서 브라질이 온 치안 능력을 다 집중시켰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부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해서 평화롭게 올림픽이 치러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올림픽의 경계태세 훈련을 지금 하고 있는데 이게 치안국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훈련하고 연습하기에 참 좋은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많이들 오고 또 브라질의 많은 국민들도 안전하게 치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고 해서 치안력에 대해서 현재 호의적인 상황이거든요.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만약에 브라질에 여러 사회문제, 계급갈등, 빈부격차 등등으로 인해서 더러 사람들이 시위를 할 수도 있고.
◇ 정관용> 시위와 소요가 일어날 때.
◆ 정윤수> 있을 수 있죠. 그럴 때 지금 연습된 8만 5천명의 치안은 올림픽 때 어마어마한 연습을 해놓은 거죠. 그래서 올림픽이 저는 이걸 단적으로 두 마디로 줄여서 말씀드린다면 어마어마한 치안력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치러지기 어렵다는 올림픽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우리가 사람이 많이 모이면 위기가 터진다라는 21세기의 위기를 오히려 역설해서 보여주는 측면이 하나가 있고.
◇ 정관용> 그렇군요.
◆ 정윤수> 또 하나는 이렇게 훈련된 어마어마한 치안, 도심지를 완전히 커버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것이 이후에 브라질의 사회적인 상황이 여러 가지로 급변할 때 과연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치안력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올림픽 때 연습한 걸 계기로.
◇ 정관용> 경찰국가 식으로.
◆ 정윤수> 네. 경찰국가, 치안국가가 되는 그런 우려도...
◇ 정관용> 인권탄압으로 이어지는.
◆ 정윤수> 네, 그런 우려도 있을 수 있는데 현재 브라질이 90년대 중반에 민주화 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카르도스라는 사회학자였고 종속이론가였던 그분이 이를 테면 우리로 치면 문민정부 1기 같은 그렇게 해서 그 뒤로 룰라 정부 또 최근의 정부까지 이어져서 기본적으로는 20년 가까이 민주화된 문민정부 시스템에 있는데 우리 사회도 좀 더러 그런 측면이 최근에 우리 2, 3년 사이에 크게 겪었습니다만 사회가 불안하고 위기에 있으면.
◇ 정관용> 민주주의가 퇴행하죠.
◆ 정윤수> 네. 그래서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모아서 사회안전이나 이런 것을 도모하기보다는 국가안전을 먼저 도모하는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브라질의 최근 1, 2년 사이에 일종의 고용 없는 성장 상태에서의 경제 위기가 오고 사회불안이 오고 그리고 브라질이 아주 잘 나갈 때가 있었어요, 2005년 내외에는. 예를 들면 UN안보리 상임국가에 한번 도전을 해 본다.
◇ 정관용> 그때 룰라의 인기가 최고였다가 최근에는 룰라 후계자가 탄핵까지 당하는, 경제가 또 곤두박질치고.
◆ 정윤수> 올림픽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 원래는 탄핵을 미리 했었어야 하는데, 그쪽의 정치일정으로는. 그래도 올림픽 기간 중에 대통령이 탄핵되면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올림픽이 끝난 바로 다음날 탄핵심판이 결정됩니다. 그런 정도로 불안한 정세인데. 2000년대 초반에는 브릭스라고 해서 남미경제 이렇게 그때 올림픽과 월드컵에 올인했거든요. 2007년에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어서 성공했고 2009년에 성공했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는 더 커질 것이다라고 봤는데.
◇ 정관용> 브라질이 더 성장할 거다.
◆ 정윤수> 네. 그런데 그 이후에 세계경제 불안과 더불어 브라질의 고용 없는 성장이 진행되면서 위기가 왔잖아요. 그러면 어느 하나를 반납하거나 아니면 규모를 줄이거나 해서 사회안전을 도모해야 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소요나 반대나 이번에 성화봉송할 때도 빈민촌에서 나와서 성화봉송을 가로막고 그랬거든요. 그러면 그런 원인들이 물론 당장은 진압을 해야 되겠지만 그런 이유가 뭔가 해서 사회 안전을 도모해야 되는데 국가안전을 미리 도모해서 치안국가로 갈 우려도 있다. 이런 분석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경제문제 얘기 하셨으니까. 그런데 올림픽의 저주라고 올림픽을 치르면 흑자 보기도 어렵고 뿐 아니라 올림픽 치른 후에 그 후유증 감당하느라고 휘청거린다. 이런 얘기 있지 않습니까?
◆ 정윤수> 그렇죠.
◇ 정관용> 그동안 계속 그랬나요?
◆ 정윤수> 1960년대, 70년대 그리고 우리가 88올림픽을 치렀던 8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중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 선진국 일부 국가도 2차 대전 이후에 산업인프라라든지 고속도로라든지 사회적인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올림픽이 굉장히 효과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도로도 닦고 경기장도 건설하고.
◆ 정윤수> 그리고 국민적 합의라는 우리 흔한 말로 정말 소외된 지역이나 또는 어떤 지역에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림으로써 그동안 없었던 시설들도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그런데 90년대를 넘어서면서 웬만한 중진국 이상은 그런 것을 다 확보했거나.
◇ 정관용> 이미 다 지어놨고.
◆ 정윤수> 그랬고 특히 20세기가 일종의 국민국가, 국가와 국민으로 이렇게 관계가 형성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사실 도시와 시민들의 시대로 막 변해가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한 세대에 걸쳐서 크게 변한 것인데 가령 저도 나이가 좀 돼서 기성세대입니다만 기성세대에서는 국가라는 것이 좋든 그르든 국가라는 흐름 속에서 우리가 살아간다 이렇게 생각하고 가령 아주 비근한 예로 여행을 갈 때도 내가 프랑스를 여행한다, 독일을 여행한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요즘 20대 젊은 세대들은 베를린을 여행하고.
◇ 정관용> 도시를.
◆ 정윤수> 파리를 여행하고. 중국에 간다는 생각보다는 상하이를 갔다 오고.
◇ 정관용> 베이징 갔다 오고.
◆ 정윤수> 베이징 갔다 오고. 그래서 개별적으로 시민적인 감수성이 커지면서 중규모의 도시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집니다. 그렇게 감수성이 변하는 게 첫번째로 하나 있고요. 두번째는 과거에는 중진국 이하에서는 볼거리가 그렇게 없었어요. 그런데 21세기 되면서 생활형편이 크게 나아진 건 아니지만 미디어가 굉장히 변하게 돼서 볼거리가 너무나 많습니다. 올림픽만이 4년 만에 유일하게, 4년 동안 막 열심히 일하다가 올림픽 때 열심히 보고 이런 게 아니라 일상문화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올림픽이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가 되느냐에서 또 좀 아닌 측면이 있거든요.
◇ 정관용> 값어치가 좀 떨어졌죠.
◆ 정윤수> 네. 그러다 보니까 올림픽을 대규모로 유치하고 그래서 시설을 닦고 했었는데 그 이후로 거기를 찾아오는 사람도 아무도 없고요.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관광객 수도.
◇ 정관용> 줄어들고.
◆ 정윤수> 올림픽 보러 관광객이 다닌다. 이런 문제는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번에 브라질 리우 같은 경우만 봐도 여행거리가 멀고 그런 건 있지만 경기장이 많이 비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올림픽의 반짝 특수도 없지만 기본적인 하드웨어 깔려 있고 시민적 감수성이 커지고 하다 보니까 올림픽이 20세기와 같은 국가지대사가 되거나 큰 문화적 상품이 되거나 하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머드한 메가 이벤트를 유치하면 할수록 오히려 역설의 저주를 받을 수 있다. 당장 소치가 거의 경기장 시설을 아무 것도 안 사용하고 있는.
◇ 정관용> 동계올림픽 치렀던 곳.
◆ 정윤수> 네, 거기 소치는 원래 작은 도시였었습니다만 그 이후로 거기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요. 시설 거의 못 쓰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 맥락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우리가 해야 하는데 걱정이지 않습니까?
◆ 정윤수> 네. 저는...
◇ 정관용> 개폐막식 딱 그거 하나 용도로 몇 백억을 써서 건물을 짓고.
◆ 정윤수> 우리 진행 선생님께서 몇 백억이라고 줄여서 말씀해 주셔서 참 다행이고요.
◇ 정관용> 몇 천억입니까?
◆ 정윤수> 그 외의 것까지 다 포함하면 2, 3일 동안 하기 위해서 1천억을 들여서 1천여 억원. 뒤에 있는 돈만 해도 커요. 한 3, 400억 되는데 워낙 크다 보니까 뒤에 돈은 떠오르지도 않고 그냥 1천억이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1천여 억을 들여서 스키장은 지은 다음에 전후 준비하는 과정 포함하면, 경기는 2박 3일인데요. 끝나고 나면 쓸 용도가 없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그건 전문가들이, 최고의 선수들이 활강을 막 시속 140km로 내려오는 곳이거든요.
◇ 정관용> 일반 스키어들은 못 타는 거죠?
◆ 정윤수> 타지도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후 활용방안이 없기 때문에 다시 원상복귀를 한 1천억원 들여서 합니다.
◇ 정관용> (웃음)
◆ 정윤수> 이런 경우들이.
◇ 정관용> 2박 3일하려고 1천여 억원 들이고 원상복귀 하려고 1천여 억 들이고.
◆ 정윤수> 1천여 억인지 7, 800억인지. 또 돈이 막 보는 측면마다 다른데. 그런데 거기에서 또 그 경기를 하기 위해서 최소 수백 년 이상씩 된 오래 된 천연 수림들을.
◇ 정관용> 나무를 다 잘랐죠.
◆ 정윤수> 다 베어냈지 않습니까? 이런 문제들이 사실은 브라질 리우올림픽위원회도 그랬고요. 우리 평창을 준비한 많은 군민들이나 또 조직위원 분들의 노고는 다 우리가 박수하고 우리가 잘, 이왕 치러야 되는 거니까 잘 치르는 건 맞는데. 어떤 면에서 보면 막차를 탄 셈이 있습니다. 그래서 왜 막차를 탔냐면 아까 그런 말씀도 드렸지만 당장 IOC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이런 식으로 올림픽을 유치하고 치러봐야 개별 국가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무엇보다도 IOC의 권위와 수익에도 이제 마이너스가 자꾸 발생하게 되니까.
◇ 정관용> 당장 ‘우리가 유치하겠습니다’라고 신청하는 국가들이 없어진다는 것 아니에요?
◆ 정윤수> 네. 그래서 이런 현황을 IOC가 굉장히 면밀하게 분석을 했거든요. 당장 자기 일이니까요. 자기 일이니까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결과보고서가 뭐냐 하면 ‘아젠다 2020’이라는 걸 발표를 했습니다. 그게 작년의 일인데요. 아젠다 2020은 2020년을 전후로 하여 IOC가 준비하는 올림픽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들을 바꾸겠다. 그래서 예를 들면.
◇ 정관용> 어떤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겁니까?
◆ 정윤수> 예를 들면 1개 국가에 1개 도시 올림픽이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의 서울올림픽 아니면 브라질의 리우올림픽. 이러지 않고 한 도시가 그걸 감당해 내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걸 너무 많이 봤다. 그러니까 1개 국가에 2, 3개 도시가.
◇ 정관용> 이른바 분산개최.
◆ 정윤수> 분산개최를 해라. 그것이 더 낫다. 그런데 올림픽을 하기에 어떤 나라들은 그 규모도 안 되는데 치를 만한 어떤 여건은 돼 있어요. 예를 들면 싱가포르일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2, 3개 나라가 함께 신청해라. 올림픽이라는 게 20세기 국민국가 식으로 베를린올림픽, 도쿄올림픽, 서울올림픽 이럴 필요 없다. 이런 아젠다 2020의 그거 하나와 환경파괴 하는 경기장 건설은 좀 자제하자.
◇ 정관용> 하지 말자.
◆ 정윤수> 지나친 상업주의 자제하자. 이렇게 다 하고 있는, 축소 지향의 올림픽이 가고 있는데 리우와 평창은 과거 20세기형 마인드로.
◇ 정관용> 막차예요, 막차.
◆ 정윤수> ‘아, 이걸 해야 국가가 잘 된다’ 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지금 투여하고 있다.
◇ 정관용> 아니, 평창은 그래서 좀 분산개최라도 합시다. 심지어 무주하고. 심지어는 북한하고도 좀 논의해봅시다. 어떤 경우에 일본하고도 얘기해봅시다. 이런 얘기들이 있었는데 일단 여전히 20세기 국가주의에 빠져 있어서 그런지 평창 군민들이, 추진위원회가 정작 나서서 다 거부했어요.
◆ 정윤수> 네. 그 점은 아마 우리가 그 측면만을 딱 따서 이건 지역이기주의다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가 오랫동안.
◇ 정관용> 낙후돼 있었으니까.
◆ 정윤수> 네, 낙후돼 있었고 도로망이나 철도망이나 시설들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은 올림픽이라는 그 자체의 축제 보름여 동안, 동계올림픽이요. 그거보다는 이번 기회에 평창을 포함한 강원도 일원에 기본적인 하드웨어나 국가적 지원을 해야 되겠다. 그 간절한 마음을 우리가 다 동의하고 있죠. 그래서 가고 있는데 지금 경제도 어렵고 올림픽의 저주도 있는데 평창 분들이 너무 지나치게 그렇게 한다. 그리고 국가 올림픽과 관련된 법률을 조금 개정함으로써 중앙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변해놨는데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심하다 이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평창과 강원도가 일단 평창을 중심으로 한 1개 도시 동계올림픽은 확보된 거니까 여기서 지나치게 무리한 어떤 투자방식의 또는 성대하고 원만하게 치러야 된다는 규모방식보다는 이후에도 평창 군민들이 거기서 살아갈 수 있는 콘텐츠 중심으로.
◇ 정관용> 또 활용할 수 있게.
◆ 정윤수> 네, 이걸 바꿔야 되겠다. 다른 도시와의 분산개최는 이제 다 떠나간 얘기니까.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윤수> 올림픽이 국가지대사가 아니라 그 도시와 주민들의 커뮤니티 속에서 함께 누리는 좀 더 소박하고 의미 있는 문화축제로 가기를 IOC도 지금 방향을 선회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겠고요. 그 정도 정리를 하고. 궁금증 몇 가지. 리우올림픽이 IOC 개막 122년 역사에서 최초로 남미에서 열린 올림픽이라고 합니다. 왜 여태까지 이렇게 남미에서 안 열렸어요?
◆ 정윤수> 일단은 20세기 중엽 전, 1, 2차 대전 와중에는 올림픽이 이렇게 4년마다 규칙적으로 열리는 것 자체가 좀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1차 대전 와중에도 한 번 그랬고 2차 대전 때도 올림픽이 유예되기도 하고. 그러면 1920, 30년대인데 그때는 파리라든지 베를린같이 유럽이 좀 안정된 곳에서 할 수밖에 없었고요. 20세기 중엽 이후에는 IOC가 올림픽 자체를 거대한 국가적, 어떤 개별 국가와 함께 매칭해서 만들어내는 거대한 어떤 메가 이벤트, 메가 시장으로 봤습니다. 스포츠 콘텐츠, 스포츠 미디어, 스포츠 용품 이런 것들이 막 한 군데에 집중되는. 그래서 1964년에 위성생중계라는 게 처음 시작됐고요. 70년대 컬러TV 나오게 되고 80년대 어마어마한 미디어 시장이 바뀌면서 ‘보는 스포츠’의 엄청난 파이로써 올림픽이 커졌단 말이죠.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이것이 아프리카나 남미에서는 소화할 만한 도시라든가.
◇ 정관용> 없나요?
◆ 정윤수> 네, 소화할 만한 그 지역의 도시의 강건한 견고한 일상문화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그랬나요?
◆ 정윤수> 그랬고 몇 몇 국가에서는 개최에 응하고 싶었으나 국가들이 상당히 정치적 혼선을 겪었어요.
◇ 정관용>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워서.
◆ 정윤수> 네. 굉장히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남미국가들이 저개발은 물론이고 식민지 이후에 독재를 다 겪었기 때문에.
◇ 정관용>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다 그랬죠?
◆ 정윤수> 네. 그래서 올림픽 유치에 대해서 적극적일 수 없었던 사회적 환경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랬군요. 그런데 최초로 열렸는데 ‘앞으로는 올림픽을 남반구에서 치르지 않겠다’ 이런 IOC 위원들의 얘기가 나왔던데 그건 또 왜 그래요?
◆ 정윤수> 그게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아젠다 2020에 사실은 좋은 얘기 막 있잖아요. 친환경적이어야 되고 이런 얘기들을 거꾸로 해석을 해보면 친환경적이며 치안이 이미 잘 확보되어 있고.
◇ 정관용> 그런 도시가 남미에는 없다?
◆ 정윤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곳에서 치르는 것이 낫다고 사실은 역설로 말하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북반구에.
◇ 정관용> 다 몰려 있죠.
◆ 정윤수> 네, 북반구에 몰려 있고 특히 올림픽위원회에서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는 치안을 굉장히 중시 여깁니다. 물론 당연히 여기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장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예를 들면 인도 같은 나라에서도 신청했지만 베이징 쪽으로. 왜냐하면 베이징은 동계올림픽을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이전에 올림픽을 한 번 치르면서 치안 하면 베이징이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지금 현재 인도의 정국이 굉장히 어수선하고 불안하고 그런 식으로 한다든지 아니면 파리라든가 로스앤젤레스가 2020년대 이후 올림픽에 많이 유치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기장이나 관중이나 도시 하드웨어가 다 닦여져 있기 때문에 IOC로써는 아프리카나 남미에 가서 이렇게 손님도 없이 불안하게 8만 5천명의 경찰, 군인이 나와야 되는 이런 일은 IOC로서는 원치 않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안 하고 싶은 거죠.
◆ 정윤수> 그래서 저는 그런 어떤 방침이 일견 타당성 있고 그것이 또 이미 다 경기장이 있으니까 환경을 파괴할 일도 없고 하는 측면이 또 있으면서도 이게 마치 기후협약에서 선진국에만 유리한 기후협약 있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요.
◆ 정윤수> 그런 측면처럼 아니, 그래도 제3세계 여러 나라들이 과거와 같지는 않더라도 올림픽을 주도적으로 치름으로써 어떤 다른 긍정적 효과도 많이 있을 수 있는데.
◇ 정관용> 한 단계 테이크 오프(take off) 할 수도 있어요.
◆ 정윤수> 네, 그걸 IOC에서는 오히려 선진국 중심으로 올림픽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 정관용> 양면성이 있네요. 환경파괴 문제 등등 고려해보면 인프라가 되어 있는 곳에서 하는 게 맞는데 그러다 보면 선진국만 독점하게 되는.
◆ 정윤수> 결국 저는 그 맥락에서는 환경이나 이런 측면도 굉장히 있지만 IOC가 가장 중요시하고 또 FIFA같이 월드컵을 주관하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그들이 캠페인을 하거나 여러 가지를 할 때는 사실 안 내보내는 것이 뭐가 있느냐면 수익이거든요. 그러니까 FIFA도 물론이고 IOC도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면서 수익은 대개 크게 2가지로 대별됩니다. 하나는 미디어에게 중계권을 파는 것이 하나가 있고 하나는 거대한 기업들이 스폰서가 돼서 공식스폰서로서 비용을 내는 것이 있고 그리고 입장수익이라든지 기타 등등 있는데 이건 크지 않고요. 앞에 두 개가 제3세계의 중형 규모의 도시에서는 ‘그거 누가 보겠어?’라든지 시차도 너무 달라서 당장 우리만 해도 시차 때문에 못 보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국제적인 다국적 대기업들이 미디어로서 광고효과로서 올림픽이 매력적인 측면도 있고 하니까 결국은 선진국 중심으로 올림픽 개최국을 가져가겠다고 하는 IOC의 의도는.
◇ 정관용> 돈 문제고.
◆ 정윤수> 네. 이미 완벽하게 형성되어 있는 스포츠시장, 그 선진국 기반을 통해서 IOC의 수익이라든지 그 동안의 위상을 유지해 가겠다. 이런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방향은 앞으로는 도시연합, 국가연합 식으로 이미 되어 있는 곳에서 하는 방향이되 몇 번에 한 번쯤은 좀 욕심내는 개발도상국에서도 기회를 주는.
◆ 정윤수> 우리나라도 지금 사실 추진하고는 있습니다. 2024나 2028쯤에 부산올림픽 같은 걸 추진하고 있거든요.
◇ 정관용> 오늘 올림픽에 대한 철학적, 사회과학적 얘기하다 보니 경기 얘기는 하나도 못 했는데. 축구 전문가이시니까 우리 축구 얘기만 좀 합시다. 어떻게 전망하세요? 메달 딸 수 있을까요, 연속해서?
◆ 정윤수> 이 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월드컵이나 각종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올림픽에는 각국들이 최고의 베스트 멤버를 내보내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아니죠.
◆ 정윤수> 일단 나이 제한이 있고요. 그리고 브라질 같은 경우 네이마르 선수가 뛰고 있습니다만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20살, 21살 정도에는 최고의 스타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에게 올림픽이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가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올림픽 기간 중에 이를테면 영국의 프리미어 경기가 개막하거든요. 여기에 뛰어야 될 선수가, 이를테면 사실 우리 손흥민 선수가 굉장히 희생하면서 와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정윤수> 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뛰어야 되는데 올림픽 출전하고 있는데. 그런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탑 랭커들은 안 온단 말이죠. 그다음에 그동안 벌어진 신태용 감독의 전술이 굉장히 치밀하고 황희찬이라든지 우리 손흥민이라든지 이런 선수들의 결정력이 독일과 멕시코에서 확연하게 잘 드러나고 있고 해서 약간의 운들이 또 도와줘야 되겠지만 이번에는 운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저는 메달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봅니다.
◇ 정관용> 최소 동메달?
◆ 정윤수> 아유, 동메달 이상.
◇ 정관용> 은메달!
◆ 정윤수> 선생님 저랑 나중에 올림픽 끝난 다음에 냉면 내기로 하시기로 하고. 금메달 한 번 던져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정윤수> 네.
◇ 정관용> 저는 은메달.
◆ 정윤수> 은메달로.
◇ 정관용> 냉면 내기 합시다.
◆ 정윤수> 밖에 제작진들 많이, 다 사는 겁니다.
◇ 정관용> 그렇습니다.
◆ 정윤수> 그렇게 하기로 하겠습니다.
◇ 정관용> 한신대학교 정윤수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윤수>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