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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구라, 분빠이, 무데뽀…민족의 얼을 훼손하는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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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오늘의 논평] 구라, 분빠이, 무데뽀…민족의 얼을 훼손하는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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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자료사진)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주권을 되찾은 지 15일로 71주년이 됐다. 1945년 해방둥이가 이제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 된 세월이다.

    근데 과연 온전히 해방된 것일까? 거짓말을 뜻하는 ‘구라’, 가짜를 뜻하는 ‘가라’라는 말이 우리 일상 언어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요즘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식당에 가면 다꽝(단무지)과 다대기(다진양념), 쓰키다시(곁들이 안주), 분빠이(분배)라는 말이 흔히 등장하고, 근로 현장에서는 노가다(막일꾼), 시다바리(보조원), 시마이(끝냄), 무데뽀(막무가내) 등의 말을 거리낌없이 쓰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옷을 사러 갔다면 곤색(감청색), 땡땡이무늬(물방울무늬), 쇼부(흥정), 똔똔(본전치기)과 같은 일본식 단어들이 입에 오르내리기 일쑤이고, 법조계나 관청에서도 가처분(임시처분), 시말서(경위서), 음용수(마실 물), 차출하다(뽑아내다), 회람(돌려보기)과 같은 일본식 행정용어의 잔재가 순화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용어는 청소년들의 접근 빈도가 매우 높은 인터넷과 TV 등의 매체를 통해 쉽게 노출되고 있어 일본어 잔재의 세대간 전파를 차단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어 잔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정부나 국민, 대중매체의 무관심과 교육 및 홍보 부족 때문일 것이다.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욕을 쓴다면 민족정신은 욕으로 뒤덮일 것이요, 아름다운 말을 쓴다면 민족정신 또한 아름다울 것이다. 일본이 일제 강점기에 한글의 사용을 금지하고 창씨개명까지 한 것은 우리의 얼을 흔들어 놓아 한민족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따라서 관공서와 일터는 물론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는 일상속 일본어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은 제2의 광복이라는 관점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 행정기관의 각종 서식과 공문서는 물론이고 법원.검찰청에서 사용하는 어려운 법률용어,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일본식 전문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쓰는 작업이 당장 실행돼야 한다.

    이는 만주나 연해주에서 독립운동했던 것처럼 고통과 위험이 수반되는 일도 아니다. 그저 무엇이 잘못된 용어인지 깨닫고 조용히 실천하면 될 일이다. 태극기를 게양하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언어를 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흔한 자동차 광고처럼 ‘럭셔리 SUV', '올뉴 패밀리 세단’, ‘스포티한 감성’ 등과 같은 과도한 영어식 표현도 마찬가지다.

    탈북민들이나 시골 노인들이 이해 못할 낱말이 많아질 정도로 영어식 표현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면서 남북간, 세대간 언어의 동질성은 점차 깨지고 있다고 한다. 8.15 광복절을 맞아 민족의 얼을 제대로 세우는 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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