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에 출전한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몸소 보여준 사례다.(사진=올림픽 공식 트위터 갈무리)
매 대회마다 올림픽은 새로운 표어와 슬로건을 내세운다. 2016 리우 올림픽의 표어는 ‘열정적으로 살아라(Live your Passion)’, 슬로건은 ‘새로운 세상(A new world)’다.
하지만 근대 올림픽이 창설된 이래 변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은 분명하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보다 빨리(Citius), 보다 높이(altius), 보다 강하게(Fortius)’라는 올림픽 정신을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그럼에도 때로는 경쟁보다 숭고한 가치를 갖는 것도 있다. 17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에서 경기한 뉴질랜드의 니키 햄블린과 미국의 애비 다고스티노는 진정한 의미의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2500m를 지나 경기가 더욱 뜨겁게 가열되는 상황에서 햄블린은 갑자기 트랙에 쓰러졌다. 자신의 뒤에서 달리던 다고스티노가 넘어지며 그 여파로 햄블린까지 쓰러지고 말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탓에 햄블린은 자신의 부상 여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 순간 다고스티노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 우린 할 수 있어”라며 햄블린을 격려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둘이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이번에는 다고스티노가 트랙에 주저앉았다. 앞서 넘어지며 다친 무릎이 문제였다. 이번에는 햄블린이 다고스티노를 기다렸다. 다고스티노는 어서 달리라고 재촉했지만 햄블린은 다친 동료를 앞질러 가는 대신 다고스티노가 다시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둘은 예선 2조에서 15분4초35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알마스 아야나(에티오피아)보다 한참을 늦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햄블린은 16분43초61, 다고스티노는 그보다 한참이나 더 늦은 17분10초02로 5000m를 완주했다. 어렵사리 5000m를 모두 달린 둘은 뜨거운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이들의 기록은 5000m를 완주한 32명 가운데 29위, 30위의 부진한 성적이었지만 경기 감독관은 이들을 추가로 결선에 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다고스티노는 넘어질 때 무릎을 심하게 다쳐 결선에는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다고스티노와 햄블린이 보여준 진정한 의미의 올림픽 정신은 분명 금메달보다 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