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 작 '풍경 속 항해' (사진=갤러리 리채 제공)
갤러리 리채(관장 오병현)는 오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특별기획전 '그 무언가를…' 展을 개최한다.
특별기획전은 기존에 진행 중인 지역 청년 작가 공모 선정 사업과 별도로 진행되는 기획초대전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가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3번째로 초대된 작가는 판화가로 잘 알려진 장원석 작가(37)이다. 전남 신안 태생으로 조선대 미술대학에 진학해 '지역 작가'라는 꼬리표를 떼고 주로 해외 전시나 국내·외 수상경력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아 온 기본기가 탄탄한 작가이다.
그는 주로 판화 기법에서의 '요철법'을 아크릴 회화나 LED 조명 작업에도 적용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 왔다.
작품의 주제는 '기계를 품은 생명'에서 시작해 '일상적 풍경'까지 다양하지만 주로 '제도화된 조직 구조 속에서의 개인의 이상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판화 작업 중 '기계 시리즈'에서는 아크릴판, 포맥스 판을 이용해 판화지에 헝겊 천을 덧붙이거나 핸디코트를 따로 사용해 붙이는 등 현대 판화 작업에서 소재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구조적으로 완벽하고 잘 짜여진, 정확한 기계 장치의 일부분은 사실 헝겊 한 조각이 끼워져서 멈춰진 상태일 수 있고 그것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정지', '휴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틀에 박힌 제도적 장치 속에서 벗어날 순 없지만 그 상태 그대로도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비유한 것이다.
그것은 일상적 삶에 대한 비판일수도 있지만 작가가 관객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일수도 있다.
헝겊이 낀 기계는 생산력이나 경제 효율성에서는 최악인 상황이지만 그 부드러운 매개로 인해 잠시 멈춰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장 작가는 "비록 자신이 멈춰진 기계 부속품처럼 느껴지더라도 이번 전시를 통해 잃어버렸던 꿈, 이상, 추구하고자 하는 고정불변의 가치에 대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다.
정확하고, 빈틈이 없을 것 같은 '잘 생긴' 기계의 한 파편에 아크릴 물감이 색색이 입혀진 까닭은 바로 이러한 장 작가의 바람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장원석 작가의 '기계 시리즈'에서 보이는 기계 부속품의 단면도는 장작가가 실크스크린으로 원본 이미지를 차용해 색을 입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장작가의 심상에 그려진 기계 이미지이다.
그것은 톱니바퀴처럼 서로 잘 맞물려 가는 생산성이 고도로 높은 현실이 반영된 이미지가 아니다.
마치 기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파편의 일부분이지만 그 파편 하나에서 얻는 충만한 에너지를 표현한다.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인물 시리즈'에서는 현대 사회에서의 익명성과 고립적인 인간 관계를 보여준다.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적 인격'을 지닌 객체들은 실제로는 거대 권력인 정부, 조직, 빌딩의 헤드쿼터 관리인들에게 지배받는 소시민일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의 인물 대부분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일하고 사랑하며 그럭저럭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피적 관계'는 기계 부속품의 차가운 단면처럼 따뜻한 풍경이 될 수 없고 이것은 그의 모노톤 판화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ED 작품 속 마릴린 먼로, 스티브 잡스, 가수 김광석, 신해철 등 유명인의 초상은 '죽음 이후에도 회자되는 인물들의 공통점'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거대 정부 속 시민들의 일상적 풍경이 시사하는 바는 '모두가 바라는 삶, 꿈, 이상향에 대한 현실 세계에서의 결핍된 욕망'을 지시한다.
장원석 작가는 한국현대판화가협회와 한국목판화가협회, 사단법인 에뽀끄 그룹인포 그룹라이브 회원이며 광주광역시미술대전 판화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조선대학교에 출강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작품이나 전시 문의는 ☎062-412-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