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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道)가 무엇입니까? 80세 작가의 행위예술은 진행형

공연/전시

    도(道)가 무엇입니까? 80세 작가의 행위예술은 진행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지다' 8.19- 내년 2.12

    자신의 작품 '도'의 행위예술에 참여한 김구림 작가.

     

    "도(道)가 무엇입니까?" 백발을 단정하게 묶은 홍안의 노인이 팬티차림의 벗은 몸으로 사람 키높이의 통나무 위에 앉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시회에서 김구림(80) 작가가 행위예술에 나선 것이다. 이 작품 '도(道)'는 1970년 한국미술협회전에서 진행하였던 김 작가의 퍼포먼스를 46년 만에 재연한 것이다. 18일 전시 개막에 앞서 언론공개회 현장에서 만난 김 작가에게 "도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다. 이 통나무는 자연을 의미하고, 통나무를 둘러싸고 펼쳐진 흰 천은 구름을 상징한다. 도란 인간이 자연과 소통하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음을 비운 이후엔 무엇을 새롭게 채우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다. 노자는 비우면 채워지고, 채우면 비워지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라고 답했다.

    노자는 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는 법도 삼아 따를 수는 있어도,
    영원한 도인 것은 아닙니다.
    '이름' 또한 호칭 삼아 붙일 수는 있도
    영원한 이름인 것이 아니지요."

    도는 고착화된 개념이 아니라 늘 변화하기 때문에 그 시대와 환경에 맞게 그 내용을 변용시켜야 하는 것이리라.

    이승택, 떫은 밧줄, 2016, 밧줄, 종이, 헝겊, 작가 소장 l 백남준, 다다익선, 1988, 비디오 설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30년 특별전 '달은 , 차고, 이지러진다'가 18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올해로 국립현대술관이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지 3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기 위해 그간의 주요 성과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몄다. 300여 명 작가의 작품과 자료 560여 점이 선보인다. 미술관 1,2,3층 전 층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해석, 순환, 발견이라는 소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전시는 큰 설치 작품들을 내세워 전체적인 흐름을 제시했다. 수직과 수평, 그리고 교차점에 작품을 배치했다.수직으로는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 주위에 하늘을 향해 밧줄 수십개를 대각선으로 교차시킨 이승택의 작품 '떫은 밧줄'을 배치했다. 수평으로는 박기원 작가의 '도원경'을 배치해 복숭아빛 비닐커튼을 드리운 넓다란 통로를 지난 뒤, 이 불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 '취약할 의향'이 트인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불 작가의 작품은 김구림 작가의 '도' 퍼포먼스 자리에서 내려다 볼수 있다. 수직과 수평, 교차점/ 시간과 공간, 사건/ 천지인 삼재를 상징하는 작품을 배치한 것이다.

    이승택의 작품 '떫은 밧줄'은 빈 공간을 밧줄들이 속도감있게 하늘로 향하며 마치 섬광처럼 긴장된 에너지의 응축된 흐름을 보여준다. 이 밧줄은 작가와 우주, 현세와 이승을 연결하는 수단이 되며, 그 매개가 되는 것은 초자연적이 '기'이다.

    박기원, 도원경, 2016, 비닐, LED 평판, 작가 소장.

     

    박기원의 '도원경'은 텅빈 공간에 복숭아빛 커튼에 압도되며 시간이 정지된 듯한 느낌이 든다. 미세한 공기의 흐름에 비닐 커튼이 미세하게 떨리며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든다. 유토피아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no where)이라 했던가. 또한 유토피아는 '지금 여기(now here)'라고 하지 않던가. 유토피아는 'w'와 'h'의 거리만큼이나 가까이 있다. 영원의 세계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 그 몰입의 순간만이 영원에 맞닿아 있다. 순간이 영원이고, 영원이 순간이다.

    이불, 취약할 의향, 2015-2016, 방염천, 메탈라이즈드 필름, 투명 필름, 폴리우레탄 잉크, 전선, 작가 소장.

     

    이 불의 '취약할 의향'은 거대한 천막으로 만든 성스런 산에 버섯구름과 회전목마의 형상이 보이며, 그 위에 우주비행선이 떠 있다. 이 비행선은 1900년대 모더니티의 상징이자 1937년 대참사로 폭발한 힌덴부르크 비행선을 모델로 한다. 대형 비닐투명막 위에 선명하게 그려진 10명의 참수당한 인체, 거기에서 뿜어져 나온 혈흔이 낭자한 산과 대지는 파괴와 분열의 디스토피아 역사를 상기시킨다. 이 우주선은 2층 회랑의 도 퍼포먼스 설치대와 만난다. 인간은 파괴를 불러오는 물질문명의 이기를 택할 것인가, 지속적인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친화적 삶을 택할 것인가. 도를 생각하는 이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다.

    김미루, 영상 작품 중 한 장면, 4분 길이.

     

    김미루 작가의 4분 분량의 영상작품은 돼지우리에서 작가가 벗은 몸으로 생활하는 장면을 담았다. 돼지들과 함께 어우러져 서로 쓰다듬고 냄새를 맡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추함과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성적 욕망과 대상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이 영상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감수성을 일깨운다.

    노순택의 사진 작품 '내장'은 시멘트 철골 파편을 사진에 담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철거 당시의 모습을 담았다고 하니, 작가는 철거 전 건물이었던 기무사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일까. 아니면 시멘트 문화로 대표되는 개발지상주의에 반대 의지를 표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기봉의 '채식주의자'(1995)는 말 조각들이 하나 같이 벽에 주둥이를 박고 있다. 또 다른 말 그림은 여물통에 못들만 잔뜩 쌓여 있다. 말 궁둥이 살은 토실토실하지만 주둥이가 막힌 신세, 풀도 먹지 못하고 금속을 먹어야 하는 처지라니. 채식주의자에게 풀이 없다, 그리고 여물만 먹는 게 입이냐, 말을 해야 입이지.

    이상현의 '삼신산 구름 속에서'는 신선도 족자가 걸려 있고, 그 옆의 글귀는 이렇다. "삼신산 구름 속에서 불로초를 캐었더니, 알뜰한 우리 꿈은 다 늙었다네." 영생을 추구하고자 인간은 불로초를 찾지만, 그러다가 인간의 꿈은 소멸되고 말지니 허망하도다. 불로초를 찾는 목적이 꿈에 있다면, 그 꿈을 늘 가꿀지어다. 이상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찾는 길, 그것은 내 안의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관객이 작업의 배경과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서로 소통하여 나에게도 관객에게도 자각과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황주리, 가면무도회 부분. 1988-1989.

     

    황주리 작가의 '가면무도회'는 검은 색 물감으로 다양한 표정의 수많은 가면을 그리고 있다. "인간은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우며, 동시에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가."라는 작가의 말은 인간의 다면성,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조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황주리 작가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전시기회를 갖지 못했던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임응식의 사진작품 '노점 수레'(1950년)는 한국전쟁 중 종군기자로 활동하던 시기에 찍은 것이다. 미제 공산품들의 반짝이는 외관, 그리고 금세 무너져 내릴듯한 꾀죄죄한 마차와 웅크리고 앉은 왜소한 소녀의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맞은 편에는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조각 작품 '안드로진과 수레바퀴'(1988)가 자리하고 있다. 철로 만들어진 수레 위에 특이한 인체조각이 자리하고 있다. 머리와 장기가 제거된 채 거친 등가죽만 관객에게 보이며 돌아앉아 있는 토르소는 삶의 질곡을 헤쳐나가는 혹은 이미 행군을 멈춘 공허한 인간의 모습이다. 폴란드 귀족가문 출신이었지만 전쟁과 나치, 소비에트 혁명을 거치면서 가족의 죽음을 차례차례 목격해야만 했던 작가에게 인생이란 끊임없이 밀고 가는 고통의 수레였던 것은 아닐까. 이 두 작품을 포함해 '관계'라는 주제의 전시관에는 37점이 쌍을 이루며 비교 전시되어 있다.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 안드로진과 수레바퀴, 1988, 철판, 브론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앞) l 임응식, 노점수레, 1950, 인화지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뒤) 설치전경

     

    '태평양 극장 -백남준에 대한 오마주'가 8월 20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진다. 이 퍼포먼스는 고래 한 마리의 풍부한 풍부한 성량에 의해 태평양이 하나의 콘서트홀이 된다는 백남준의 악보에 착안한다. 피리연주와 춤, 전자음악과 가야금 연주 등 7개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미술작품고 산업 사이의 역동적이고 복잡한 관계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24시간 렉쳐 퍼포먼스가 열린다. 10월 21일 오후 2시부터 22일 오후 2시까지 24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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