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우 임종원 씨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연극 '불효자는 웁니다'의 스태프로 참여한 데 대한 보수를 1년이 지나도록 받지 못하고 있는 임종원(32) 씨는 19일 "다른 공연에서도 늦게 받는 일은 다반사였지만, 이렇게까지 한푼도 못 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임 씨는 대학로 연극 무대 등에서 활동해 온 배우다. 그는 지난해 8월 '불효자는 웁니다'의 스태프로 참여해 서울에서 열리는 이 공연의 진행을 도왔다.
"같이 일한 스태프들이 굉장히 많은데, 저처럼 단돈 1원도 받지 못한 사람은 20명이에요. 모두가 서울 공연만 지원하던 스태프였죠. 이들 가운데 서너 명만 제외하고는 모두 배우예요. 지방 공연까지 담당한 스태프들의 경우 다는 아니어도 조금씩은 돈을 받았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는 서울 공연 뒤 페이가 지급될 거라 여겼는데, (제작사 대표가) '준다 준다'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지금까지 온 거죠."
이들 20명이 받지 못한 임금은 각각 60만 원에서 110만 원 사이로, 모두 합치면 1500만 원가량 된다는 것이 임 씨의 설명이다.
"방학 동안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한 대학생도 8명 정도 있어요. 아르바이트 자리를 마련해 줄 마음으로 부른 후배들도 있는데 이렇게 돼 미안하고 안타깝죠. 그냥 하는 소리겠지만 20명 가운데는 '돈 안 받아도 되니 사과는 반드시 받아야겠다'는 친구도 있을 만큼 모두 마음 고생이 굉장히 심했어요."
이날 연락이 닿은 '불효자는 웁니다' 제작사 스토리팜의 정철 대표는 "지난해 상연 당시 메르스 여파 등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매출이 안 나와, 이번에 SNS에 글을 올린 진행요원들에게 임금을 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약속한 지급일 지났는데도 매번 '조금만 기다려 달라' 회피"정 대표는 현재 새로운 투자사와 함께 고두심, 김영옥, 이홍렬, 이종원, 안재모, 이유리 등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불효자는 웁니다 시즌2'를 9월 10일부터 10월 30일까지 상연할 채비를 마쳤다.
그는 "지난해 공연에서 손실이 너무 많이 났으니 올해 시장에서는 잘해 보려고 하던 중에 투자사를 만나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투자사에게 돈을 빌려 (20명의 스태프에 대한 밀린 임금을) 지급하기로 오늘 아침 투자사 측과 합의했다. (임금 체불 건은)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18일, 임금을 받지 못한 임종원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그 (정철) 대표는 (공연제작사) 아트앤스토리가 고소를 당하니 스토리팜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불효자는 웁니다'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초호화 캐스팅이라는 타이틀로…. 1000만 원이 넘는 배우 페이는 주고 100만 원도 안되는 스태프 페이는 한 명도 주지 않은 채 끝내는, 아무 문제 없이 그 공연을 다시 올린다는 것이 너무나도 화가 나 이 글을 올립니다"라며 임금 체불 문제를 고발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지난 6월 (임종원 씨 등을) 만났을 때 '일부를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공연이 끝나는 대로 드리겠다'고 말하는 등 어떤 방법으로든 협의를 해서 이달 말까지는 정리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분들이 '임금의 일부는 못 받겠다'고 하시고, 고용노동부에 제소하고, 그러던 차에 어제 SNS 글까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임종원 씨의 설명은 정 대표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임 씨는 "노동부에 처음 신고한 때는 지난해 10월쯤으로 공연이 끝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던 것에 대한 조치였다"고 했다.
"처음 신고를 한 뒤 정 대표에게 계속 연락을 했는데 받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하루는 어렵게 연락이 닿아서 '노동부에 신고했다'고 전달했더니 '만나서 이야기하자'더군요. 그렇게 만난 정 대표와 구두상으로 노동부 제소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1차로 임금의 일부를 언제까지 지급하고, 2차로 나머지를 주는 데 합의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고소를 취하한 뒤 1차 지급일을 기다렸죠. 그런데 1차 지급일이 지나고 2차 지급일이 목전까지 다가왔는데도 계속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겁니다."
◇ "임금 못 받아 노동부에 신고한 건데, 취하하지 않으면 돈 못 주겠다니…"임 씨는 이러한 정 대표의 언행이 못 미더워 다시 노동부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정 대표로부터 다시 '일단 소를 취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나도 힘들다' '곧 돈 들어올 데가 있다' '지방 공연 마치면 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연락을 (정 대표가) 먼저 해오는 게 아니라, 제가 급해서 줄기차게 전화를 하고 있는 겁니다. 끝내는 제가 SNS에 올렸다시피 아직까지 단 한푼도 받지 못했죠. 그런데도 계속 소를 취하해 달라는 겁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차용증 같은 걸 써서 1, 2차 급일도 정하고 밀린 임금에 대한 연 이자율도 계산해 공증까지 받았어요. 심지어 정 대표는 돈이 없다고 해 공증비도 저희가 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희 20명 가운데 3명은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새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특히 임 씨는 정 대표가 기존 아트앤스토리 대신 스토리팜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린 데 주목하고 있다. "일단 소를 취하해 달라"는 정 대표의 요구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얄팍하게나마 법률적으로 알아본 결과, 저희가 아트앤스토리를 고소했기 때문에 소를 취하할 경우 이 회사가 폐업 신고를 했을 때 저희가 임금을 받을 곳이 사라지는 겁니다. 반대로 정 대표는 스토리팜이라는 회사를 이미 차렸기 때문에 기존 회사가 폐업해도 상관 없어요. 그러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소를 취하하지 않는 게 유일한 무기인 거죠. 그런데 정 대표는 소를 취하해야만 임금의 일부를 주겠다고 해요. 서로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거잖아요. 저희는 임금을 못 받아서 노동부에 신고를 한 건데, 그걸 취소하지 않으면 돈을 줄 수 없다는 게 말입니다. 밀린 임금을 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잖아요."
전날 임 씨가 SNS에 글을 올린 뒤 한 시간도 안 돼 정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한다. "먼저 전화 온 적이 없는 분이기에 의아했다"는 것이 임 씨의 설명이다.
"정 대표가 '이달 안에 정산한다고 하지 않았냐. 왜 일을 어렵게 만드냐'라고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는 10번 가까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달 안에 밀린 임금을 정산할 마음이 있었다면 제가 글을 올리기 이전에 이미 연락이 왔겠죠. 제가 글마저 올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임 씨는 "저희 20명이 공증 받은 대로 이자율을 계산해서 밀린 임금을 받고 싶다"고 했다.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라는 것이 그의 의지다.
"개개인의 사정 탓에 정 대표에게 누구는 전화를 하고 누구는 하지 못하고 누구는 '한 명이 대표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마음에 일부러 조용히 있던 친구도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앞에 두고 정철 대표가 저에게 '대신 사과를 전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로 연락하는 제게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할 게 아니라, 20명 모두에게 직접 사과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