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기는 넘어갔는데...' 넥센 김하성이 1일 SK와 홈 경기에서 5회 1루수 키를 넘기는 빗맞은 안타를 때려낸 뒤 타구를 보고 있는 모습.(고척=넥센)
넥센 유격수 김하성(21)은 올해 지난해 아쉽게 이루지 못한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에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김하성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8월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7월까지 3할1리였던 타율은 8월 23경기에서 1할6푼3리(80타수 13안타)에 그쳤다. 1군에 데뷔한 이후 월간 최저 타율이었다. 지난해 5월 2할2푼1리(95타수 21안타)보다 낮았다.
일각에서는 한여름 무더위에 체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06년 만에 가장 더운 8월이었다.
하지만 이는 본인도, 구단에서도 부인한 바다. 김하성은 "지난해 8월에는 타율이 3할6푼대였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김하성은 8월 타율이 3할6푼1리(83타수 30안타)로 가장 좋았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체력적인 문제는 아니다"면서 "만약 힘들다면 안배를 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원인은 심리적인 부분이다. 염 감독은 "김하성의 8월 부진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0 클럽 가입에 대한 욕심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이에 대해 염 감독은 "그렇지 않아도 김하성에게 '빨리 얻으면 그만큼 빨리 잃는다'는 말을 해줬다"면서 "이제 2년차인데 20-20이나 골든글러브를 할 시간은 많다고 강조했다"고 귀띔했다.
'홈런 치고 쳐야 하는데?' 넥센 김하성(오른쪽)이 1일 SK와 홈 경기에서 5회 득점한 뒤 주장 서건창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고척=넥센)
역시 20-20에 대한 부담감이라는 것이다. 김하성은 올해 18홈런-24도루로 홈런 2개만 날리면 KBO 리그 역사에 43번뿐인 20-20클럽에 가입한다. 지난해는 19홈런-22도루로 딱 홈런 1개가 모자랐다. 만약 이를 이뤘다면 구자욱(삼성)에게 돌아간 신인왕의 주인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9월23일 SK전에서 19호 홈런을 날린 뒤 9경기에서 1개를 추가하지 못했다. 특히 마지막 4경기에서는 9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삼진은 6개였다. 큰것을 노렸다는 뜻이다.
그래서 올해 역시 그런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올해 김하성은 6월까지 14개의 홈런을 날린 뒤 7월 무홈런에 머물렀다. 그러다 8월 4개의 아치를 그렸다. 홈런은 나왔지만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스윙이 커져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8, 9번 하위 타순으로 출전하는 이유다.
하지만 본인은 20-20에 대해 초연하다는 입장이다. 김하성은 "20홈런에 너무 신경을 쓰느라 부진하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하성의 8월 삼진은 10개로 4월(19개), 5월(17개), 6월(14개)보다 적다. 그러나 타율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8월 부진에 대해 김하성은 "그것보다는 후반기 부진이 이어져 신경을 써서 그런 것 같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김하성은 전반기 85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 14홈런 57타점을 올렸으나 후반기에는 34경기 타율 2할1푼2리 4홈런 14타점에 그쳐 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20-20에 대한 욕망이 김하성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과연 김하성이 부담감을 떨치고 본래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까. 염 감독은 "지금도 김하성은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다독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