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보다 더 값진 3위' 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4일 제 11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3위를 확정한 뒤 포즈를 취한 모습.(타이중=대한야구협회)
한국 청소년 야구가 아시아선수권 2연패를 아쉽게 이루지 못했지만 의미있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여기에 결정적인 오심에 대한 심판의 사과도 받아냈다.
오심에 의해 결승에 오른 개최국 대만은 그러나 끝내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이 어부지리로 정상에 오르며 4회 우승의 한국을 제치고 역대 최다 우승국(5회)이 됐다.
이성열 감독(유신고)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4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3·4위 결정전에서 중국에 14-0 대승을 거뒀다. 대회 2연패는 무산됐지만 억울한 판정 속에서도 3위라는 값진 결실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대표팀은 1회부터 대량득점하며 낙승을 예고했다. 1번 타자 이정후(휘문고)과 박정우(덕수고)와 김성협(성남고)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냈다. 이정범(인천고)의 볼넷과 나종덕(용마고), 김민수(제물포고), 김혜성(동산고)의 연속 3안타로 4점째를 올렸다. 타순이 일순한 가운데 이정후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 7-0까지 점수를 벌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은 예선 3전 전승으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2일 대만, 3일 일본과 슈퍼라운드 경기에서 져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특히 대만과 경기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한국은 9회 극적인 동점을 이루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그러나 승부치기로 진행된 10회 수비 2사 만루에서 나온 내야 땅볼 아웃을 태국 출신 1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하며 결승점을 내줬다. 1루수 이정후의 태그가 명백히 빨랐지만 판정이 번복되지 않았다.
지난 2일 한국과 대만의 아시아선수권대회 슈퍼라운드 경기 모습.(자료사진=대한야구협회)
해당 심판은 3일 일본전 3루심으로 버젓이 배정됐다. 대표팀에 따르면 문제의 심판은 김선섭 코치(광주일고 감독)를 통해 "TV 중계로 다시 봤는데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대만야구협회 관계자 역시 "그런 일이 벌어져 유감스럽다"고 전해왔다. 사실상 오심을 인정받은 셈이다.
오심을 업고 결승에 오른 대만은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의 3위가 결정된 뒤 열린 결승에서 일본에 0-1로 져 역대 최다 준우승(5회)의 아쉬움을 남겼다.
이성열 감독은 "기대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섭섭하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알았다"면서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나왔다. 어떤 선수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에 임해야 한다"고 대회를 결산했다. 판정에 대해 "국제대회 나올 때마다 심판 자질 문제로 아쉬움을 겪는데 불이익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어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 개인 기량 만큼은 최상위 수준"이라면서 "올림픽도 있으니 앞으로 멀리 내다보고 국제대회를 미리 준비한다면 다음 기회에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 주장 김민수(제물포고)는 "시원섭섭하다"면서 "우리가 못해서 진 것도 있지만 오심으로 져서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끼리 실수해도 압박을 주지 않고 즐겁게 하자고 했다"면서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까지 쌓았으니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