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의 래리 고든 (사진=노컷뉴스)
프로농구 부산 kt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6순위로 지명한 191.8cm의 포워드 래리 고든(29).
kt 선수들에게 래리 고든에 대해 물어보면 "성실하다"는 대답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만큼은 합격점을 줄만 하다.
그런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적잖았다.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아 아직까지는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t는 지난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다. 캠프 둘째날 일본 2부리그 팀인 수사노 매직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래리 고든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슛 찬스에서 주저하거나 동료에게 패스만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4일에는 일본프로농구의 강호 류큐 골든 킹스와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래리 고든이 달라졌다. 슛 기회가 찾아오면 적극적으로 슛을 던졌고 1대1을 통해 공격의 활로를 뚫기도 했다.
kt는 1쿼터까지 7점차로 뒤졌지만 3쿼터가 끝날 때 1점차로 앞서있었다. 2,3쿼터에만 뛴 래리 고든이 13점을 몰아넣어 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동현 kt 감독은 래리 고든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조동현 감독은 전지훈련 첫 연습경기 때 래리 고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라고 지시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동현 감독은 래리 고든이 소극적이었던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조동현 감독은 "처음 미팅 때 우리는 팀 플레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팀이 먼저라고 강조했는데 그 말을 의식했던 것 같다"며 "또 크리스 다니엘스가 팀의 중심인데 자기가 해결사 역할을 해도 되는지 고든이 내게 여러 번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래리 고든은 매사 조심스럽다. 조동현 감독은 4일 연습경기를 앞두고 래리 고든에게 외곽에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풀어달라고 확실히 강조했다. 효과를 봤다.
래리 고든은 독일에서 4시즌동안 뛰었다. 아시아 무대는 처음이다. 눈에 띄는 장점은 외곽슛. kt 코칭스태프는 "볼 없는 움직임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키는 작지만 리바운드에 능하다. 캘리포니아 폴리 포노마 대학의 역대 통산 리바운드 1위에 올라있는 선수가 바로 래리 고든이다.
래리 고든은 "내 키에 비해 리바운드를 잘 잡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다. 상대가 나를 작다고 깔볼 때 오기로 리바운드를 더 잡으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어 "kt는 크리스 다니엘스를 먼저 뽑고 그를 서포트할 선수로 나를 뽑았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3점슛과 1대1을 하다 슛을 던지는 기술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래리 고든은 수준급의 테크니션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슛 터치와 감각은 뛰어났지만 기술은 다소 투박한 편이다. kt의 단신 외국인선수 자리는 공격성이 강해야 하고 해결사 능력도 필요한 자리다.
kt는 래리 고든에 대한 영상을 질리도록 봤다. 그가 필요할 때 골밑 수비를 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를 지명한 이유 중 하나다.
외국인선수의 기량은 뚜껑을 열어봐야 실체가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동현 감독은 "고든이 우리 팀에 더 적응하고 다니엘스, 국내 선수들과의 호흡이 맞기 시작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