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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뉴욕 고양이들과의 인터뷰

    신간 '뉴욕의 고양이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지만 가장 알 수 없는 존재, 고양이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쿨한 도시 뉴욕에 사는 더 쿨한 고양이들과의 인터뷰를 엮은 책 '뉴욕의 고양이들'이 출간되었다.

    코미디언 짐 튜스는 집, 거리, 주차장 등 뉴욕 곳곳에서 고양이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그들은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때로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일면을 보여 주기도 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혼 뒤에 방어적인 성격이 된 메이비, 재택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사교 활동으로 푸는 에마, TV를 통해 대구 요리법을 배우고 있는 고고, 신발 끈 하나만을 소유한 미니멀리스트 포비, 양말과 먼지 덩어리로 설치미술을 하는 비까지. 고양이들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와 160여 장의 사진은, 늘 궁금했지만 절대 알 수 없었던 고양이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
    이 책은 '고양이 낸시'의 작가이자 '휴지'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엘렌 심이 번역했다. 그는 "차가워 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관심 없는 척 쿨하게 굴지만 때론 다정하게 느껴지는" 점을 뉴욕과 고양이의 닮은 면으로 꼽았다. 그의 말대로, 쿨한 척해서 더욱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진면목을 '뉴욕의 고양이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럼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동거인이 직접 인터뷰한 우리나라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책자 '한국의 고양이들'을 초판 한정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더위에 사냥을 나가는 집사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주워섭, 피아노 건반에서 발마사지를 즐기는 장구름, 길거리 음식을 그리워하는 히끄, 자신을 구해 준 엄마의 두 손을 우주로 생각하는 쿠리, 현관 타일 바닥을 피서지로 추천하는 뽀리. 서울에서부터 제주까지, 33편의 인터뷰를 통해 뉴욕 고양이와 닮은 듯 다른 한국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동거묘 비와 아서가 인터뷰한 ‘뉴욕의 인간’ 짐 튜스
    비: 대체 어쩌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거야?
    짐: 뉴욕 사람들의 사진과 코멘트를 담은 『휴먼스 오브 뉴욕』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었지. 그 책은 좋긴 한데, 가끔 좀 지루했어.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너희가 보이잖아. 그래서 그렇게 됐지.
    아서: 왜 하필 고양이를 선택한 건데? 다른 애들도 많잖아. 예를 들어 개라든가.
    짐: 고양이들은 거리를 좀 두고 관찰할 수 있으니까. 강아지 사진을 찍어 본 적 있어? 쪼그리고 앉기만 하면 품으로 달려들어서 뭘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날 무시하는 고양이들을 찍는 게 더 쉬워.
    비: 인터뷰할 고양이들은 어떻게 찾았어?
    짐: 처음에는 내가 직접 찾은 고양이들을 찍거나 친구를 통해 만났어. 그다음엔 친구의 친구네 고양이를 소개받거나 하면서 이리저리 알아봤고. 나중에는 블로그를 통해 지원을 받기도 했지. 처음엔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수백 마리 넘게 지원했지 뭐야!
    아서: 인터뷰할 때 뭐가 제일 어려웠지?
    짐: 고양이들이 자꾸 숨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게 무척 힘들었어. 너희는 뭔가를 주지 않으면 우리 인간한테 관심이 없잖아. 사진을 찍고 편집할 시간을 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 알다시피 난 본업이 따로 있고, 코미디 시나리오도 써야 하니까.
    비: 사람들이 이 책과 프로젝트로 고양이에 대해 뭘 배울 수 있을까?
    짐: 글쎄, 고양이들은 우리한테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쓴다는 점? 고양이는 아름답고 놀라운 생명체이지만, 인간을 고양이의 세계 지배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비: 거기에 대해선 노코멘트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내 식사나 차려 줘. 슬슬 배고파지기 시작했으니까.
    짐: 이거 봐, 이렇다니까. 페이스북 소개글을 인용해보자면, 인간은 고양이들이 하는 말을 좀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아니, 정확히는 고양이들이 우리 인간이 자기네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이곳 뉴욕은 고양이들 담당이니까.
    아서: 그걸 이제 알았어?
    짐: ……그러게.
    ― 짐 튜스 페이스북에서

    책 속으로

    언젠가 윌리엄스버그에서 길 고양이 무리 옆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그중 한 마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봐, 날 좀 찍어 봐. 몇 가지 좀 물어 보고.
    그런 뒤에 내 사진이랑 인터뷰한 걸 홈페이지에 올리는 거야.
    그걸로 책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건 다른 누군가가 이미 하고 있는 것 같아. 사람들로 말이야.”
    “그렇지. 근데 고양이들로 하면 더 웃길 것 같아.”
    ―들어가는 말_7쪽

    같이 사는 여자가 집에 빈 상자들을 들고 왔어.
    나는 이렇게 생각했지.
    ‘드디어 진짜 가구가 생겼어.’
    근데 우리가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간다는 거야.
    그녀는 이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어.
    나는 그저 상자들이 다시 텅 비기를 바랄 뿐이야.
    ―클리오, 윌리엄스버그_53쪽

    나는 살면서 너무나 많은 걸 배워 왔어.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나를 위해 뭐든지 하게 만드는 방법을
    배운 게 가장 쓸모 있는 것 같아.
    ―맨페이스, 리지우드_54쪽

    인터뷰가 끝나면 나를 빗겨 줬으면 좋겠어.
    넌 내 고양이가 아닌걸.
    무슨 상관이야?
    ―미스 키티, 소호_65쪽

    나는 사자의 후손이야. 야생 동물의 본성이 가끔 튀어나오지.
    그러니까, 그냥 뭔가를 사냥하고 싶어져.
    보통 뭘 사냥하는데?
    주로 실.
    ―스카우트, 그린포인트_70~71쪽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어쩌다 한 팔을 잃었는지 잘 모르겠어.
    심지어 여기 사는 다른 고양이를 보기 전까지는
    팔이 하나 없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니까.
    “이봐, 너 그 팔 하나 더 어떻게 구했어?”
    “팔 하나 더?”
    우리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함께 알아냈어.
    잠시 속상했지만, 팔 하나로도 꽤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걸.
    그러니까 뭐 어때.
    ―알마, 애스토리아_115쪽

    사랑을 표현하는 건 뭔가를 해 주기보다 뭔가를 안 해 주는 거야.
    예를 들어 내가 널 사랑한다면, 난 네 침실 문 앞에 똥을 안 싸겠지.
    ―롤로, 파크슬로프_159쪽

    아줌마가 태국 음식을 시킬 때마다,
    “나도 팟타이 작은 것 부탁해요.”라고 해.
    그런데 아줌마는 한 번도 들어준 적 없어.
    한번 먹어 본 뒤로는 늘 팟타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페리스, 윌리엄스버그_172쪽

    이 담요 좀 만져 봐. 엄청나게 부드러워.
    나 말고, 그냥 담요만 만지라고.
    ―누들, 윌리엄스버그_199쪽

    뉴욕이라는 도시는 어찌 보면 고양이와 닮은 구석이 참 많다.
    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속내는 따뜻하고, 관심 없는 척 쿨하게 굴지만 때론 다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런 모습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까지 닮았다.
    번역을 하면서 내 고양이와 함께 겪었던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추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했다.(비록 휴지는 뉴욕과는 정반대 방향인 서부에 살지만 말이다.)
    『뉴욕의 고양이들』을 읽은 여러분은 분명 공감하게 될 것이다.
    고양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옮긴이의 말(엘렌 심)_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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