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대 한화 이글스 경기 2회말 무사에서 삼성 이승엽이 솔로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승엽은 이 홈런으로 한일통산 600홈런을 기록했다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즈 구단)
야구 팬에게 기억에 남는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의 홈런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최소 한 장면 이상을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오랜 팬이라면 2002년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의 6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동점을 만든 3점홈런을 떠올릴 것이다. LG 이상훈에게서 빼앗은 이승엽의 한방은 삼성의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졌다.
KBO 정규리그에서 가장 임팩트가 컸던 홈런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이승엽의 2003년 56번째 대포일 것이다. '잠자리채' 열풍이 기억날 것이다. 다들 이승엽의 역사적인 홈런볼을 잡으려고 난리였다. 이승엽의 56호 홈런은 KBO리그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의 대포를 기억하는 팬들도 많을 것이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8회말 극적인 역전홈런을 쏘아올린 장면이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말 승부를 뒤집는 결승아치를 그린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유독 라이벌 일본과의 한일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승엽의 홈런은 더욱 진한 여운을 남겨왔다.
일본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2006년 여름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지바 롯데에서 뛰다가 2006년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해 4번타자 자리를 꿰찬 이승엽은 그해 8월초 요미우리의 라이벌 한신을 상대로 한일 통산 400호를 때렸다.
경기 자체가 이승엽을 위한 드라마였다. 당시 일본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이가와 게이를 상대로 1회말 투런홈런을 때려 400홈런 고지를 밟은 이승엽은 9회말 다시 이가와를 상대로 끝내기 2점홈런을 쏘아올려 축포를 쐈다.
이처럼 이승엽은 1995년부터 KBO리그에서 14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8시즌을 뛰며 아시아 최정상급 거포로서 수많은 홈런과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한일 무대에서 정규리그에서만 통산 600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이승엽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6회말 올시즌 25호이자 KBO리그 통산 441호, 한일 통산 600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이승엽은 고교 시절에는 유망한 좌완투수였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후 타자로 전향했다. 이때부터 KBO리그의 레전드 스토리가 시작됐다.
이승엽은 입단 3년차인 1997년에 32홈런으로 최연소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미국에서 건너온 거포들과의 대포 경쟁이 펼쳐졌는데 이승엽은 밀리지 않고 토종 거포의 가치를 빛냈다. 타이론 우즈와 경쟁했고 현대 유니콘스의 간판 심정수와 경쟁을 벌였다. 이승엽을 둘러싼 홈런 경쟁은 KBO리그 흥행의 기폭제였다.
이승엽은 2003년 56개의 홈런을 터트리고 일본에 진출했다. 2006년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서 41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2005년부터 3년동안 101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한국의 간판 거포는 일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승엽이 대단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적잖은 나이에도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승엽은 일본에서의 8시즌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꾸준히 대포 생산을 했다. 2014년 32개의 아치를 그렸고 지난해에는 26개를, 올해에는 25개를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