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삼관' 스틸컷(사진=NEW 제공)
군 장병들의 헌혈을 대가로 수억 원대 물품을 받아 챙긴 간부들의 일그러진 행태가 드러나면서 '군상관매혈기' '한국군매혈기' 등 문학 작품의 제목에 빚댄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22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군 간부들이 최근 5년간 장병 헌혈을 대가로 적십자사로부터 4억 5458만 원어치의 로비성 물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물품 목록에는 외식상품권, 영화관람권은 물론 골프공도 포함돼 있었다.
적십자사 측은 "헌혈 권장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홍보 차원의 물품"이라고 해명했지만, 수령자가 '관계자'로만 표기돼 있어 물품이 실제 장병들에게 제공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펴낸곳 푸른숲)를 떠올리고 있다. 한평생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낸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하정우가 연출·주연을 맡은 한국영화 '허삼관'의 원작이기도 하다.
노동자 허삼관이 사는 곳에서는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결혼할 수 없다. 결혼의 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인데, 피를 팔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한 번 피를 팔고 받는 돈은 반 년 동안 중노동으로도 벌 수 없는 큰 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거나 집을 지을 때처럼 큰돈이 필요하면 피를 팔았다.
그래서 허삼관도 성안의 병원에 가서 피를 판다. 피를 팔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보혈과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돼지간볶음 한 접시와 데운 황주 두 냥을 마신다.
이 소설은 주인공 허삼관이 결혼부터 환갑이 되는 동안, 가정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피를 파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섬세한 필치로 길어 올려지는 것은 문화대혁명, 극심한 가뭄 등 근현대 중국을 뒤흔든 격변의 사회상이다.
지은이 위화는 허삼관의 이야기를 두고 "바로 나와 당신을 포함한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소설 속 허삼관은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현실 속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를 간 우리네 아들딸, 형동생의 피를 판 값은 군 간부들의 배를 채우는 데 쓰이고 있었다. 누리꾼들의 분노 역시 여기에 기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소식을 접한 트위터 사용자들은 "허삼관이니…?"(@O*****), "뭐, 한국군 매혈기냐?"(@_******), "이러면 간부가 매혈한 게 되니 형사처벌감입니다"(@f*********)" 등의 글을 통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s******'는 관련 기사를 링크하면서 "군상관 매혈기… 그래도 허삼관은 늙어서 피 팔려고 하니 퇴짜 맞아도 가족이 돼지간볶음을 사주기라도 했지"라는 글로 부도덕한 군의 행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