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경향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경향신문이 창간 70주년을 맞아 내놓은 종이신문 1면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올려 놓았다. "이 시대 고달픈 청년들의 상징"이라는 것이 경향신문 측의 설명이다.
경향신문은 6일자 1면 머리기사로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를 실었다. 그런데 기사 제목과 본문 일부가 컵라면과 삼각김밥에 가려져 있다. 곳곳에는 라면 건더기와 국물, 김 부스러기도 널브러져 있다.
특히 기사 한 귀퉁이에 '오늘 알바 일당은 4만 9천원… 김영란법은 딴 세상 얘기. 내게도 내일이 있을까?'라고 펜으로 쓴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향신문은 이날 '신문 위의 컵라면·김밥…고달픈 청년 상징'이라는 제목을 단 '창간특집 제작노트'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신문은 일상입니다. 시대를 기록하는 엄중한 사초이면서 때로는 누구나 바닥에 깔고 쓰는 800원짜리 간편 도구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신문 위에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올려 놓았습니다. 이 시대 고달픈 청년들의 상징입니다. '신문의 얼굴'인 1면 '공생의 길 못 찾으면 공멸…시간이 없다'는 제목과 기사, 사진을 가린 한 끼 먹거리는 기성세대의 형식적인 엄숙주의를 조롱하며 청년 문제보다 더 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1면 디자인은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씨가 제작했습니다. 이씨는 세계 최고 권위의 '뉴욕 원쇼 페스티벌' 최우수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등을 받았습니다."
◇ "신문, 틀에 박힌 기존 형식 고수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경향신문 1면을 접한 누리꾼들은 지면의 한계를 벗어나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통찰의 시선을 전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1면. 파격, 그 자체다"(@k*******), "처음엔 인쇄가 잘못된 건가 했다"(@n*****), "내가 본 가장 멋진 신문 1면"(@m*****), "경향신문 1면은 종종 소장가치가 있어"(@a******) 등의 의견으로 호응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에 "예전에 미국의 USA투데이가 전국지를 표방하면서 출발할 때 반향을 일으킨 것이 칼라판이었는데, 당시 엄청난 파격이었고 사람들에게 빠르게 각인될 수 있었다"며 "이번 경향신문 1면처럼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것은 시각적인 면을 중시하는 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회 문제를 복잡하고 어렵게 쓰면 높은 관심을 끌 수 없다. 예를 들어 젊은이들이 꼭 알아야 할 청년 문제는 신문의 딱딱한 글자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한 장의 사진이 장문의 기사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듯이, 기존 틀을 깬 파격적인 형식은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삶의 문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신문이 이런 시도를 계속 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틀에 박힌 형식을 고수해서는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며 "경향신문의 이번 1면은 젊은 세대의 읽기 습성, 뉴스 소비 습관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젊은 세대를 신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