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연극 '산허구리' 프레스콜 &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좌)과 고선웅 연출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40년 넘게 연극을 했지만, 연출이 연습장에서 우는 건 처음 봤다. 난 (연출이) 감기 걸린 줄 알았다."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의 말에 기자간담회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눈물 많은 중년으로 지목된 고선웅 연출은 민망하다는 듯이 "요즘 제가 호르몬이 바뀌었나 보다"라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지만, 부끄러울 일은 아니었다. 사실, 공연을 보던 기자도 눈물이 맺혔으니.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산허구리'(故 함세덕 작) 프레스리허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고선웅 연출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많이 울었다. 옛날 분들 심란하게도 살았네…"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 연출은 프레스리허설이 진행된 이날도 눈물을 흘렸다. 때문에 기자간담회 사회를 맡은 국립극단 측 관계자는 "리허설 후 바로 간담회를 해야 하는데, 연출께서 우셔서 조금 늦어졌다"고 폭로 아닌 폭로를 했다.
이에 대해 김윤철 예술감독은 "그런 점이 (고선웅 연출의) 장점이라 생각한다"면서 "연극이 그리는 세계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고, 등장인물이 겪는 고통을 실제처럼 느끼고 공유하는 마음이 고선웅 연극의 순수미이다. 그런 연출과 작업을 하게 돼서 좋다"라고 추켜세웠다.
연극 '산허구리'는 고 함세덕(1915∼1950) 작가가 1936년 <조선문학>을 통해 21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작품이다.
식민지 시대 삶의 터전이자 처절한 생존 공간이었던 서해안의 어촌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회 모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 참담한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모순 가득한 비극의 원인을 찾아내, 이 비극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고선웅 연출. (사진=국립극단 제공)
고선웅 연출은 '산허구리'를 선택한 동기 중 하나로 극중 인물인 석이의 대사를 꼽았다.
"왜 우리는 밤낮 울고 불고 살아야 한다든? 왜 그런지를 난 생각해볼 테야. 긴긴 밤 개에서 조개 잡으로, 긴긴 낮 신작로 오가는 길에서 생각해볼 테야."고 연출은 그 대사가 "일제시대 궁핍한 삶을 견디는 깨달음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석이는)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지, 어떤 구체적인 실천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면서 "그러면 생각한 다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인생이 될지를 같이 고민해보자"고 당부했다.
한편, 연극은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이다. 이 기획은 근현대 희곡을 통해 근대를 조명하여 동시대 한국인의 정체성을 묻고, 확인하고, 규명하고자 준비됐다. 오는 7일부터 31일까지 공연한다. 전 석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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