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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 X 되는 불펜 에이스는 언제 나와야 하는가

야구

    아끼다 X 되는 불펜 에이스는 언제 나와야 하는가

     

    불펜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는 보통 마무리 투수(closer)를 맡는다. 마지막 순간 팀 승리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다. 추격하는 자의 집중력이 극대화되고 지키려는 자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오를 때 가장 강력한 구위를 흔들림 없이 선보여야 한다.

    그런데 접전이 펼쳐지는 야구 경기에서 정규이닝 마지막 9회가 늘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일까? 특히 1점차 승부라면 주자의 출루 여부에 따라, 타순에 따라 5회 이후 얼마든지 승부처가 나올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펜 최고의 투수를 마지막까지 아껴두는 것이 효율적인가? 그래도 아낀다. 그만큼 마지막 9회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불펜 에이스의 활용 방안은 답이 정해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아주 가끔 과감한 기용을 선보이는 팀도 있다.

    지난해 6월19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

    3-3 동점이던 시카고 컵스의 5회초 공격. 2사 만루에서 미겔 몬테로가 타석을 준비할 때 굵어진 빗줄기 때문에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 16분 뒤에나 경기가 재개됐다. 선발 대니 살라자는 더이상 던질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해서 균형이 깨질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경기가 재개되자 마무리 투수 코디 앨런을 투입했다.

    코디 앨런은 몬테로를 외야플라이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6회까지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코디 앨런은 승리를 챙기지도, 세이브를 올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책임진 수훈선수였다. 클리블랜드는 7회말 결승점을 뽑아 4-3으로 승리했다.

    프랑코나 감독은 경기 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막판에 점수를 주고 졌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막판이 되기도 전에 대량실점을 했다면 훨씬 더 많이 화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코나 감독은 팀이 보유한 불펜 최고 투수를 항상 마지막 순간까지 아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령탑으로 알려져있다. 경기 지연 이후 마무리 투수를 투입해 그의 판단은 경기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인 한수가 됐다.

    지난 7일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2016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프랑코나 감독은 불펜 정상급 투수들의 조기 등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클리블랜드가 4-2로 앞선 5회초 선발 트레버 바우어가 선두타자 샌디 레온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이후 2아웃을 잡아냈지만 이때 프랑코나 감독이 움직였다. 2사에서 셋업맨 앤드류 밀러를 기용한 것이다. 보스턴의 상위 타순이 본격 가동되는 타이밍이었다.

    시즌 중반 뉴욕 양키스에서 영입한 앤드류 밀러는 마무리 코디 앨런 못지 않게 뛰어난 불펜투수. 웬만한 팀에서는 마무리를 맡을 실력이고 실제로 2015년 양키스의 마무리로서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한 바 있다.

    클리블랜드는 5회말 1점을 뽑았고 앤드류 밀러는 2이닝을 던지며 경기 중반 2점차 리드를 무난하게 지켜냈다.

    앤드류 밀러의 조기 투입이 자칫 아찔한 결과로 이어질 뻔 했다. 그가 없는 8회초 수비에서 선두타자 브록 홀트가 홈런을 때린 것. 스코어는 5-4. 프랑코나 감독은 1사에서 마무리 코디 앨런을 투입했다. 앨런은 첫 타자 데이비드 오티즈에 2루타를 맞았지만 결국 1점차 승리의 마지막 순간을 책임졌다.

    프랑코나 감독은 이처럼 강수를 통해 5판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잡아냈다. 단기전 첫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인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차전이었다. 밀러와 앨런의 투구수가 많아 2차전 출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래 전 유행어를 빌리자면 '1차전 선발 바우어는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라고 할만하다. 올해 18승(9패, ERA 3.14)을 올렸고 201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코리 클루버가 2차전 선발투수. 클루버가 뒤에 있기에 프랑코나 감독도 첫 경기에서 강수를 뒀던 것은 아닐까.

    시즌 막판 부상에서 회복된 클루버는 기대에 100% 부응했다. 7이닝동안 3안타 3볼넷만을 내줬고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클리블랜드는 2회말 4점을 뽑는 등 클루버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 6-0으로 크게 앞서 불펜 운용의 부담을 덜어줬다. 밀러와 앨런은 쉴 수 있었다.

    만약 그 상황에서 밀러와 앨런이 차례로 등판했다면 이날만큼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아니라 '클리블랜드 이글스'였을 것이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보스턴을 6-0으로 꺾고 홈 2연전을 싹쓸이했다.

    프랑코나 감독의 1차전 과감한 마운드 운영은 결과론적으로 팀을 2007년 이후 첫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직전에 올려놓았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잭 브리튼을 아끼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그만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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