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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아직도 마녀가 있다고?' 등 신간 소설 3권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그리운 조선여인 사임당'

     

    '아직도 마녀가 있다고?'는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하되 마녀사냥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상황 속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이를 통해 공동체 속에서 어떤 평범한 인물이, 누군가의 가족이나 이웃이 어떻게 마녀나 마법사로, 또는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존재로 낙인찍혀 희생당해야 했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래서 이해하고 납득하기 힘든 ‘마녀사냥’의 비극과 논리가 인류를 어떻게 옭아매었는지 마녀사냥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다각도로 체험하고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마녀사냥뿐 아니라 인류의 근본적인 사고 형태에서 마녀사냥의 뿌리를 찾고 있기 때문에 왜 마녀사냥이 현재에도 사라지지 않고 횡행하는지 근본적으로 지금 우리 자신을 성찰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책 속으로


    그렇다면 마녀사냥과 깊은 연관이 있는 종교적 진리는 어떨까? 종교의 진리는 과학적 진리보다 철학적 진리와 가깝다. 그래서 종교적 진리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과학적 진리와 비교해 보면 보다 선명해진다.
    예를 들어 “백조는 하얗다.”는 명제가 있다고 하자. 과학자들이 세상의 백조를 모두 찾아내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백조는 하얗다.”는 말은 참이 된다. 그런데 블랙 스완, 즉 검은 백조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까? 여기서 과학과 종교가 갈라진다. 과학의 경우 검은 백조를 발견하게 되면 “백조는 하얗다.”는 명제가 참된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릴 것이다. 아니면 “대부분의 백조는 하얗지만 검은 백조도 있다.”는 명제를 채택하게 될 것이다.
    -93쪽

    선악의 이분법을 활용하면 누군가를 악마 또는 악한 사람들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선하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들이 속한 사회나 공동체를 단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바다나 산 너머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사악한 악마나 괴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128쪽

    이경덕 지음 | 사계절 | 192쪽 | 9,800원

     

    데이비드 발다치 장편소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이 책은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 남자가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고 살인자를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2미터에 달하는 키에 100킬로그램이 한참 넘는 몸무게, 지저분한 행색에 무성한 수염을 하고 좁은 여관방에서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사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한때는 그에게도 집이 있었고 직업이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오랜 잠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 처참히 살해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데커는 누구보다 뛰어난 형사였지만 결국 범인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자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집과 직업을 잃고 노숙자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나 2년 뒤, 약에 취한 것 같은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남자가 경찰서로 걸어 들어와 범행을 자백하면서 모든 것은 달라진다. 그는 데커가 세븐일레븐에서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을 죽여버렸다고 자백한다. 그러나 데커는 그가 진범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기억에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사람은 없고,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 즉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편, 데커가 졸업한 맨스필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학생 네 명과 교직원 세 명이 희생당한다. 범인이 마법처럼 사라진 가운데, 이 사건과 데커 가족의 살인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이제 영리한 데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저주 같던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만 한다!

    데이비드 발다치 | 황소연 옮김 | 북로드 |488쪽 | 13,800원

     

    '그리운 조선여인 사임당'은 조선시대 여인 사임당의 예술혼과 사랑을 재해석한 책이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그 행적이 남아 있지 않다. 후대에 전하는 시 몇 편과 글씨 그리고 그림 몇 폭이 전부인데, 율곡 이이를 숭배하는 우암 송시열이 현모양처로 추앙하기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순종하고 자식을 잘 키운 여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임당은 현모양처라기보다 시인이며 화가인 예술가에 더 가깝다. 글씨나 그림이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까지 뒤흔들었다.

    한 예로, 영조 때의 문신 조구명趙龜命은 사임당의 그림을 보고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 칭송했다. 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우리 집에 율곡 선생의 어머니가 그린 풀과 벌레의 그림 한 폭이 있었는데, 여름에 뜨락에서 햇볕을 쪼이다가 닭이 쪼는 바람에 종이가 마침내 뚫어졌다”라고 전하는 등 사임당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칭송하였다. 더 나아가 사임당의 맑은 덕과 훌륭한 행실은 지금도 거론하는 자들이 규문의 최고 모범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사임당은 어떻게 해서 천재 시인이자 화가가 되었을까?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는 어린 딸의 재주를 사랑하여 몽유도원도를 그린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인 안견의 그림을 구해주어 공부하게 했다. 다정다감한 부모의 영향으로 사임당은 일찍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집안이 부유하여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살았던 시대는 여자가 시를 짓고 그림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사임당은 학문과 예술 활동이 제한되어 있던 시대에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겨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사임당이 세상을 떠난 지 5백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시를 읽고 그림을 보면서 그녀의 흔적을 찾아가다가 보면 조선의 아름다운 여인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비록 5백 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오죽헌에는 그녀의 부드러운 웃음소리, 그녀의 치맛자락이 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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