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취임 이래 최저치인 26%를 기록했다. 미르재단 의혹 등 최근 잇따른 악재로 민심 이반이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갤럽이 14일 공개한 10월 둘째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26명 가운데 26%만이 박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잘못하고 있다' 59%, '어느 쪽도 아니다' 4%, 응답거부 10%(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www.nesdc.go.kr 참조)였다.
지금까지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29% 아래로 국정지지도가 떨어진 적이 없었고, 29%를 찍은 뒤엔 반등이 이뤄져왔다. 따라서 29%는 '갤럽 마지노선'으로 통했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사태(지난해 1월) 때 2주간, 메르스 사태(지난해 6월)와 4·13총선 참패(올 4월) 때에도 마지노선은 뚫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3%포인트나 돌파당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역별로 서울(8%포인트)과 부산·울산·경남(3%포인트)의 지지도 하락, 연령별로는 8%포인트 급락한 40대 지지율의 동향이 눈에 띄었다. '소통 미흡·불투명', '경제 정책', '독선·독단적', '인사 실패' 등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근거로 꼽혔다.
우병우·최순실 의혹,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논란 등 청와대를 중심으로 불거진 각종 의혹에 실망한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다. 갤럽 관계자는 "누적된 여러 악재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부각되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여러 의혹들이 한달 넘게 거론되는 동안 해소되지 않은 채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지지층이 이탈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의 우려는 더 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지지도 최저치 경신은 현실 민심의 반영인 동시에,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킬 요인이기도 하다. 여러 의혹에 대한 '부정적 관심'의 저변이 확대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측근과 관련한 부정적 민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의 대통령 국정지지도 동향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31%를 마지노선으로 유지해왔다. 올들어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집회 사주 의혹(4월), 우병우 수석 논란 확대(8월), 한진해운 사태 및 김재수 장관 임명강행(9월) 때 3차례 31%를 찍었다가 반등해왔다.
다른 관계자는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청와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그동안은 외교나 북핵·안보 이슈를 통해 지지층 결집이 이뤄져왔지만, 최근 중국과의 험악한 관계 등 다양한 변수 탓에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론조사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양상이다. 이미 청와대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면서 무시전략으로 일관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론조사에 일희일비 할 이유가 없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달라질 게 없다"며 "지금은 북핵, 경제, 민생 등 국정 현안에 집중해야 하고 실제로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