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데이비드 허프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회초 실점 위기를 막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LG 트윈스)
앤디 밴헤켄이 LG 트윈스에 공포를 심어줬다면 데이비드 허프는 넥센 히어로즈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LG도 밴헤켄만큼이나 믿을만한 가을의 에이스가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
허프는 16일 서울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이닝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5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해 LG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LG가 2-1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 윤석민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허용한 뒤 허프의 진가가 나왔다. 허프는 김민성이 번트를 대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구위를 자랑한 끝에 1루 앞 땅볼로 처리했고 계속된 1사 3루에서 이택근을 범타로, 김지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불을 껐다.
허프는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김지수의 헛스윙을 이끌어낸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결정적인 위기를 넘긴 LG는 7회말 오지환의 밀어내기 볼넷, 양석환의 내야안타로 스코어를 4-1로 만들며 한숨을 돌렸다. 7회초 무실점과 7회말 추가득점은 넥센의 추격 의지를 꺾는 계기가 됐다.
허프는 5회초 1사 후 이택근에게 2루타를, 김지수에게 적시타를 연거푸 얻어맞고 1실점했다. 허프가 유일하게 연속 출루를 허용한 이닝이었다. 김지수가 적시타를 때리고 2루 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는 행운도 따랐다.
허프와 호흡을 맞춘 유강남이 투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4회말 선제 투런홈런을 때렸다. 허프의 실점에도 LG는 리드를 유지했다. 수비시 허프와 유강남의 궁합은 흠잡을 데 없었다.
LG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공교롭게도 정상호가 주전으로 나온 날 다 이겼고 유강남이 주전으로 나온 날 다 졌다. 그러나 양상문 LG 감독은 경기 전 "포수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비가 먼저"라며 "허프와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감독의 기대대로 허프는 안정된 리드 속에서 호투를 펼쳤고 유강남이 결정적인 점수를 뽑아줬으니 양상문 감독으로서는 금상첨화다.
양상문 감독은 밴헤켄의 눈부신 호투에 침묵한 2차전 팀 타선을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타격감은 예측불허라 걱정하지 않는다. 좋은 투수를 만나면 안타와 득점이 아무래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LG의 가을 질주는 허프가 있기에 심상치 않다. 확실한 에이스만큼 단기전에서 유용한 카드도 없다.
허프는 9월 중순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한 뒤 LG 마운드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4위 경쟁이 치열하던 KIA와의 정규리그 두차례 맞대결에서 연거푸 승리투수가 되면서 벤치의 믿음을 한몸에 받았다.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의 선발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허프는 포스트시즌 2경기를 포함한 부상 복귀 후 7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87, 피안타율 0.188,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78을 기록했다. LG는 이 기간 허프가 마운드를 밟은 경기에서 5승1무1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LG는 2승1패로 앞서나가며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넥센은 17일 잠실 원정 4차전을 포함해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