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미리 받아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3) 씨가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건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고 증언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과 동시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던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의 해명이 무색해진 순간이다.
최씨가 박근혜 정권의 실세를 넘어 국정에 깊게 개입한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JTBC가 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컴퓨터 파일 200여개를 분석한 결과, 44개는 대통령 당선 이후 대국민 공식 발언이 담긴 연설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박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드레스덴 연설문'도 포함됐다.
드레스덴 연설은 2014년 3월 28일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의 구체적인 방안과 로드맵을 제시했던 연설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최 씨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컴퓨터에 3월 27일 해당 원고가 내려받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가 받아본 원고에는 곳곳에 붉은 글씨도 있었다.
이 밖에 이 컴퓨터에는 박 대통령이 연설하기 나흘 전에 받아본 원고도 있었다.
최 씨는 대통령 연설문 원고 이외에 국무회의나 청와대 인사 등과 관련한 민감한 내부 문서도 사전에 받아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8월 4일 최 씨가 열어본 것으로 추정되는 파일은 '국무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파일도 있었다. 이 파일에는 다음날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교체 등 청와대 인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21차 수석비서관회의'라는 제목의 파일은 박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을 앞두고 개최된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2013년 10월 21일 오전 8시 19분 이 문서를 최종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서가 작성된 PC 아이디는 '유연', 즉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의 개명 전 이름이다.
앞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며 "입에 올리기도 싫은 성립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JTBC 보도로 최 씨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가 명백히 드러났다.
비선 실세 최 씨가 수백억원의 자금을 가진 미르·K스포츠재단을 앞세워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새 국면을 맞으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