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외국인선수 마이클 크레익 (사진 제공=KBL)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외국인선수 마이클 크레익은 신장 188cm, 몸무게 116kg의 거구다. 예전 이상민 삼성 감독과 함께 뛰었던 조니 맥도웰이 떠오를 정도로 보통 몸매가 아니다. 미국 풋볼 선수 출신으로 탄탄한 체격의 소유자다.
그런데 크레익을 아는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긍정적이다". "흥이 많다" 혹은 "귀엽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재미있는 캐릭터다.
일본 전지훈련 때 크레익은 구단 관계자에게 일본어로 인사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후 크레익은 구단 버스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곤니치와"를 외쳤다. 구단 관계자는 "주로 여자가 지나갈 때 인사를 하더라"며 웃었다.
크레익은 헤드폰으로 음악을 즐겨 듣는다. 흥이 많다. 음악을 듣다 신나면 마치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라붐'의 한 장면처럼 옆에 있는 사람에게 헤드폰을 씌워준다. 옆 사람이 놀래도 그저 룰루랄라.
지난 23일 울산 모비스와의 개막전에서 크레익은 자신보다 10cm 이상 큰 찰스 로드에게 정면으로 달려드는 과감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유가 재밌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크레익은 로드와 눈이 마주쳤는데 이를 "들어와, 들어와"로 받아들였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고.
이상민 삼성 감독은 맥도웰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그래도 체력이나 여러 면에서 맥도웰이 더 낫다. 그래도 크레익은 농구 아이큐가 좋고 센스도 갖췄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이해도는 높은 것 같은데 정작 패턴을 못 외운다"며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너무 긍정적이다 보니 가끔은 감독의 충고를 농담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이처럼 크레익은 서울 삼성의 분위기를 밝게 하는 활력소다. 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갖췄다.
코트에서도 그렇다.
크레익은 25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26점 5어시스트 3리바운드를 올리며 삼성의 114-91 승리를 이끌었다.
크레익의 플레이는 팬들에게 상상 이상의 즐거움을 줬다.
일단 보통 힘이 아니었다. KBL 국내 선수 중 힘 하면 떠오르는 선수 오세근을 상대로 거침없이 힘 자랑을 했다. 크레익이 툭툭 밀고 들어가자 오세근이 아무리 버텨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여러차례 골밑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상민 감독의 말처럼 센스도 좋았다. 전반전에는 감각적인 가랑이 사이 드리블 이후 3점슛을 터트려 팬들을 열광시켰고 골밑에서는 상대 수비를 피하는 재치있는 레이업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패스 센스도 나쁘지 않았다. 크레익의 손을 떠난 공이 득점과 연결될 때가 많았다. 패스를 해야 할 때는 패스를 했다. 김민욱의 중거리슛을 블록하고 거구를 이끌고 그대로 질주, 속공 득점을 해낸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비하인드 백드리블은 기본 옵션이었다.
3쿼터 막판에는 KGC인삼공사의 가드 키퍼 사익스가 마음먹고 점프해 올려놓은 골밑슛 시도를 견제하는 발군의 수비도 선보였다(이 장면은 사익스의 실책으로 기록됐다). 시도 때도 없이 선보이는 세리머니도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삼성이 100-82로 크게 앞선 4쿼터 종료 4분여 전 체력 안배 차원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빼고 크레익을 투입하자 관중석에서 큰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경기의 주역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삼성은 2연승을 달렸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크레익이 KBL 무대를 평정했던 맥도웰 수준의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서는 1년 내내 이날처럼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삼성 팬들의 눈도장을 받은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