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미드필더 이석현은 자신이 사용하는 등 번호 25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해 약 17분을 소화한 뒤 출전 명단에 등록된 8번을 종이에 급히 적어 붙이는 해프닝을 경험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경기 중 주심이 멀쩡히 뛰던 선수를 그라운드 밖으로 내쫓았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3분 뒤 다시 돌아온 선수. 과연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천FC1995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이날 경기에서 서울의 미드필더 이석현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석현은 멀쩡히 뛰고 있던 전반 17분 주심으로부터 경기장 밖으로 나가달라는 명령을 들었다. 이석현 없이 3분이 흘렀고, 이석현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석현의 유니폼 상·하의에 8번이 적힌 종이가 붙었다는 점이다.
이 황당한 상황은 FC서울의 작은 실수에서 시작됐다.
이석현이 올 시즌 사용하는 등 번호는 25번. 이석현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등 번호 25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부천과 FA컵 준결승 출전 명단에는 이석현의 등 번호가 8번으로 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지난 5월 대구FC와 32강전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석현의 등 번호는 25번. 올 시즌 서울 선수 가운데 등 번호 8번을 사용하는 선수는 시즌 초반 입대한 미드필더 신진호(상주)였다.
FA컵 규정 제5조(팀, 임원, 지도자, 선수의 참가 신청) 4항(참가선수 배번)에는 ‘참가선수의 배번은 1번부터 99번까지 가능하나, 중복될 수 없으며 참가신청 마감 후 배번 교체는 불가하다’고 되어 있다.
제16조(선수의 출전 및 장비) 7항에는 ‘경기 출전 선수의 상하 유니폼 배번은 대회 참가신청서와 동일해야 하며, 동일하지 않은 선수는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 주최 측의 동의 하에 동일한 유니폼을 착용(조정, 변경)하는 경우에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선수의 경기 출전을 금한다’는 내용도 있다.
서울 관계자는 “FA컵은 매 경기 선수 등록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석현의 번호가 25번에서 8번으로 바뀌었다. 이 부분은 우리의 실수”라고 설명했다. 이진우 경기감독관 역시 “경기 전 팀 매니저에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선수 개개인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내 실수”라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에도 분명 출전 선수의 이름과 등 번호를 확인하는 절차는 있다. 이 과정에서도 심판진의 실수가 있었다. 경기 시작 전 최종 확인 과정은 심판진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서울 구단과 경기 감독관, 심판진의 실수가 만든 황당한 해프닝이다.
결과적으로 이석현의 경기 출전은 문제가 없다. 17분간 등 번호 25번으로 뛰다 주심의 지적으로 8번으로 바꾸는데 걸린 약 3분을 제외하면 규정에는 어긋나는 부분이 없었다. 이석현은 후반 시작과 함께 종이에 급히 숫자 8을 적어 붙인 상의 유니폼과 8번이 예쁘게 찍혀있는 하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남은 45분을 소화했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1-0으로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