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자료사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사태 수습을 주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전 실장과 최순실씨와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초중반까지 '왕실장'으로 불리며 최대 실세로 꼽혔던 김 전 비서실장은 연설문 유출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무려 2년 반동안 비서실장을 지낸 그가 최씨 일가의 전횡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고 성완종 "김기춘 한테 10만달러 줬다" 주장…독일행 경비라면 최순실 정윤회와도 연관된 자금 배제못해우선, 김 전 실장은 최소 10년 전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와 전 남편 정윤회씨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06년 9월 독일을 방문할 당시 김 전 실장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수행했다.
이 때 최순실, 정윤회씨가 동행했으며, 행사를 사실상 기획하고 직접 참여했다는 독일 교민 사회의 증언이 있었다. 따라서 김 전 실장도 이들 부부의 존재를 독일에서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독일 방문 전에 김 전 실장에게 미화로 10만불을 줬다고 주장한 때이기도 하다.
성 전 회장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양반(김기춘)한테 내가 한 10만불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해드렸고, 수행비서도 따라 왔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김기춘 10만달러'라고 적힌 메모가 성 전 회장의 옷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애초에 수사선상에서 제외돼 비판을 받았다. 김 전 실장이 독일 경비로 10만달러를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이 자금도 최씨 부부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사진=자료사진)
◇ 조응천 "김 전 실장 정권 초반 최순실과 정권 프레임 짰다는 의혹"김 전 실장이 정권 초반에 최씨의 신사동 건물을 이용하며 정권 프레임을 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 의원은 1일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실장은 이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8월 초순까지 최순실이 주거지로 사용하던 신사동 빌딩 7~8층을 사무실로 얻어서 정권 초기에 프레임을 짰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 상황을 장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런 분이 또 막후에서 총괄·기획을 한다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밝혀질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내는 동안 김 전 실장의 직접 지시로 이른바 '정윤회 십상시 문건'을 조사해 보고한 인물이다. 당시 박관천 경정 등이 조 의원의 지시로 조사한 비선 관련 의혹은 모두 김 전 실장에게 보고됐다.
조 의원은 "당정청 곳곳에 최순실에게 아부하고 협조하던 '최순실 라인'인 십상시들이 살아있다"며 "다만 숨을 죽이고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다. 주권자들을 배신하고, 조직을 망치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던 사악한 무리들"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반드시 찾아내서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죄가 있다면 합당한 벌을 받게 할 것"이라며 "신임 민정수석이 어떻게 검찰을 지휘하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공직사회·금융기업·대기업까지 뻗어있는 암적 존재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