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김재환 "감독님, 김현수 형은 이제 잊어주세요"

야구

    김재환 "감독님, 김현수 형은 이제 잊어주세요"

    한국시리즈 2차전 쐐기포 이어 3차전 선제 결승포

    '50번은 32번이 채운다' 두산 김재환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현수의 공백을 잊게 만들며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을 견인한 일등공신이었다.(자료사진=두산)

     

    올해 최고의 '대기만성'을 이룬 김재환(28 · 두산)이 명실상부한 '곰 군단'의 4번 타자로 우뚝 섰다. 정규리그에 이어 가을야구에서도 홈런포를 뿜어내며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김재환은 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와 한국시리즈(KS) 3차전에서 5회 선제 1점 홈런을 터뜨렸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NC 선발 최금강을 흔든 한방이었다.

    0-0, 팽팽하던 승부의 추를 단숨에 기울인 아치였다. 김재환은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최금강의 4구째 시속 139km 가운데 높은 직구를 통타,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최금강의 예상 밖 호투와 NC 호수비에 고전하던 두산도 김재환의 솔로포로 살아났다. 2사 후 양의지, 허경민의 연속 2루타로 추가점을 뽑으며 최금강을 강판시켰다. 4회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던 선발 마이클 보우덴도 2점 리드에 안정을 찾으며 호투를 이어갔다.

    진정한 두산 4번 타자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김재환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가을야구에서는 의문 부호가 따랐다. 이전까지 포스트시즌(PS) 경험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2012년 준플레이오프(PO) 1타석 출전이 전부였다. 큰 경기에서도 과연 제 역할을 할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김재환은 지난달 30일 2차전에서 2-1로 역전한 8회 쐐기 1점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3차전에서도 선제포를 뿜어냈다. 두산이 보우덴의 7⅔이닝 11탈삼진 3피안타(4볼넷) 무실점 역투까지 앞세워 6-0으로 이기면서 김재환의 홈런은 결승포가 됐다. 가을에도 김재환은 팀 타선의 중심이었다.

    이제 두산은 남은 4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2년 연속이자 통산 5번째 KS 우승을 달성한다. 역대 33번의 KS에서 3연승한 팀은 9번 모두 정상에 올랐다. 두 팀은 2일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 30분 4차전을 치른다. 두산은 유희관이, NC는 1차전 나섰던 재크 스튜어트가 선발로 등판한다.

    텍스트를 입력하세요.

     

    사실 이날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 시즌 뒤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한 김현수(28 · 볼티모어)에 대한 향수를 드러냈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 김현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김현수는 지난달 30일 KS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아 관전했다. 김 감독은 "현수가 인사를 하러 와서 잠깐 만났다"면서 "친정팀 우승을 응원해달라고 얘기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둘은 신일중 · 고 선후배인 데다 두산에서 오랫동안 코치와 선수로 함께 했다.

    팀의 간판 타자로 활약했던 김현수의 공백이 아쉽지는 않을까. 김 감독은 올 시즌 삼성과 공식 개막전에서 "아무래도 전광판에 김현수의 이름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고 타선 약화에 대한 걱정을 드러낸 바 있다.

    김현수는 지난해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에 역대 한 시즌 팀 최다 득점(103개) 기록까지 세웠다. 10시즌 통산 타율 3할1푼8리 1294안타 142홈런 771타점을 올린 김현수는 지난해 팀을 KS 정상에 올리고 더 큰 무대로 떠났다.

    하지만 두산은 '화수분 야구'라는 별명에 걸맞게 새 인물이 김현수의 빈자리를 메웠다. 올해 두산의 최고 히트 상품 김재환이 역대 팀 한 시즌 최다 득점(107개)과 토종 최다 홈런(37개)에 124타점을 쓸어담았다. 성적만 보면 지난해 김현수를 넘는다.

    '감독님, 큰 경기도 문제없어요' 두산 김재환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지난달 22일 케이티와 홈 경기 뒤 한국시리즈 선전을 다짐하던 모습.(자료사진=노컷뉴스)

     

    김 감독도 김재환의 괄목상대를 인정한다. 올해 자신의 꼽은 팀 MVP도 김재환이었다. 김 감독은 "김재환이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2008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통산 5시즌 홈런이 13개뿐이었다. 김 감독은 KS 2차전에 대해서도 "김재환의 한방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왔다"고 칭찬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여전히 김현수가 못내 아쉬운 듯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큰 경기에서 김현수가 선발 라인업에 있으면…"이라며 웃었다. 김현수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김재환이 김현수에 대한 김 감독의 미련을 2경기 연속 한방으로 시원하게 날리게 됐다. 김현수가 없어도 두산은 충분히 강했고, 그 중심에는 정규리그를 넘어 큰 경기에서도 4번의 존재감을 뽐낸 김재환이 있었다.

    다만 김재환은 김현수와 비교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10년 가까이 팀의 중심으로 활약한 김현수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재환은 김현수와 비교에 대해 "형과 비교는 말이 안 된다"고 항상 겸손함을 드러낸다.

    사실 김재환은 KS를 앞두고 자신감이 있었다. 가을야구 경험이 부족하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가 강했다.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지난달 22일 케이티전 이후 김재환은 "특별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없이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이고 떨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를 완전히 잊게 하면서 생애 첫 주전으로 맞은 KS를 화려하게 장식한 김재환이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김재환의 경험이 없어 걱정이었다"면서 "타선에서도 자신있게 본인 스윙하고 있어 4번 타자로서 중심으로서 잘해주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