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출입문에 '휴진입니다' 글 부착한 채 외부와 접촉 끊어 일반의를 서울대병원 외래교수로 위촉…"정상적이지 않아"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딸 정유라를 진료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김 모 원장은 전문의 자격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9일 확인한 결과 김 모 원장이 운영하는 성형외과 병원은 출입문에 별도의 기한이나 사유를 표기하지 않은 채 '휴진입니다'라는 안내 글을 부착하고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은 전문의 자격증이 없어 '김○○의원'으로 의원급 병원을 개원한 뒤 성형외과 진료를 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병원은 청와대가 해외진출을 지원하려 했고 지난해에는 김 원장이 성형외과가 없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이 병원은 평일 병원진료가 오전 10시에 시작되지만, 진료시간 이후에도 모든 불이 꺼진 채 출입문이 잠겨있었다. 병원 안에서는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지만 출근한 직원이 아무도 없는지 응답하지 않았다.
인근 약국 직원은 "그 병원에서 처방전을 가지고 온 환자가 아무도 없었다"며 "언제부터 휴진했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부사정을 알고 있는 관계자는 김 원장이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휴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이 운영하는 J화장품 업체의 직원은 "김 원장은 과거 뇌하수체가 터져 응급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로 다시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며 "건강문제로 병원 운영을 당분간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김 원장이 대통령의 미용시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며 "해당 시간에 운동(골프)하러 나갔고, 골프장 예약서류와 관련 영수증도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 업체가 대통령 해외순방 등에 여러 차례 동행했다는 특혜논란도 억울하다"며 "해외진출을 위해 코트라(KOTRA)를 통해 특허, 매출 등 실적이 담긴 서류를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평가를 받았고 출장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회사에서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을 받는 김 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라는 점도 특혜논란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문의도 아닌 일반의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병원정보 중 의사현황을 보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등록돼 있다. 김 원장이 서울대병원에 제출한 인적사항에도 인턴을 수료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전문의 자격은 명시돼 있지 않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외래진료 의사는 전문의 자격 소지자 또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험이 있는 의사를 위촉할 수 있다"며 "김 모 원장과 최순실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7월 중순께 이미 외래교수 임명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역시 김 모 원장이 회원이 아니라고 확인하며, 전문의도 아닌 의사가 정부 의료관광 사업에 나선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이 병원이 주력하는 금실 리프팅의 경우 최근 업계에서는 부자연스러움을 이유로 거의 하지 않는 시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병원은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찾았던 곳으로 과거 연예인 이 모씨의 지방흡입술을 폭로했다가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