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L 경기에서는 부쩍 트래블링 반칙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불리지 않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자료사진=KBL)
'2016-2017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안양 KGC인삼공사의 시즌 2차전이 열린 7일 경기도 고양체육관. 이날 경기는 1위와 3위의 대결답게 시종일관 박진감이 넘쳤다.
1쿼터는 인삼공사가 지난 시즌 1순위 신인 문성곤의 깜짝 8점으로 24-21로 리드했다. 오리온은 2쿼터 9점 3도움을 집중시킨 오데리언 바셋을 앞세워 53-48로 역전했다.
그러자 인삼공사는 3쿼터 각성한 키퍼 사익스의 8점을 앞세워 76-74로 다시 뒤집었다.
오리온도 3쿼터 막판 이승현이 6점을 몰아치며 자칫 내줄 뻔한 분위기를 살려 접전을 이었다.
4쿼터는 처음부터 치고 박는 혈전이 펼쳐졌다. 종료 1분 45초 전 인삼공사 데이비드 사이먼이 5반칙 퇴장을 당하며 오리온이 95-90으로 앞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인삼공사는 이정현과 사익스의 골밑슛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종료 1분 전부터 인삼공사는 오세근의 골밑슛 등 연속 6점으로 98-87 승부를 뒤집었다. 오리온은 그러나 종료 7.2초 전 이승현의 골밑슛으로 다시 역전했다. 다만 자유투를 놓쳤고, 이어진 인삼공사 공격 때 사익스가 U 파울을 당해 얻은 자유투 중 1개만 성공시켜 99-99 동점이 됐다.
남은 시간은 3.5초. 인삼공사의 공격이었다. 연장의 분위기로 흐르던 상황에서 이정현이 종료 버저와 함께 미들슛을 꽂아넣으면서 경기가 끝났다.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였다.
7일 오리온과 원정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인삼공사 이정현.(고양=KBL)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정현은 슛을 쏘기 전 트래블링 반칙을 범했다. 세 발 이상 걸음을 떼면서 슛을 시도했다.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버저비터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었고, 득점이 인정됐다.
이날 경기는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도 이어졌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이 잇따르면서 두 팀 벤치도 흥분했다. 3쿼터 막판 오리온 허일영이 석연찮은 공격자 파울을 선언당했고, 인삼공사 사이먼도 아쉬운 공격자 파울이 나와 5반칙으로까지 연결됐다. 2쿼터 오리온 애런 헤인즈의 트래블링성 스텝에 이은 득점이 나오자 김강선이 페인트존 3초룰에 걸린 것은 보상 판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마지막 이정현의 슛은 명백한 트래블링이었다. 최근 프로농구는 트래블링 반칙을 엄격하게 지적하는 추세다. 인천 전자랜드 신인 강상재는 1경기에 4개의 트래블링을 범하기도 했다. 그 많던 트래블링이 이날 정작 중요한 순간 불리지 않았다.
물론 이정현은 이날 팀 최다 23점 9도움 4가로채기의 맹활약을 펼쳤다. 국내 최고 해결사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마지막 애매한 판정으로 애꿎게 활약이 퇴색되게 됐다. 이정현은 경기 후 "워낙 상황이 긴박해 경기에 집중하느라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상대 더블팀 수비에 공을 놓칠 것 같은 상황이어서 보기에 따라 트래블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경기 후 "경기가 늘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도 "판정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10개 구단 감독이 모두 똑같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리온은 심판설명회 등의 어필은 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