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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단디바'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단디바 프로젝트③] 단디바가 나오기 까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도로나 골목에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줍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간단한 안전장치도 없이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르신들에게 '생명의 끈'을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위험'합니다…김 할머니 이야기
    시간당 500원…어르신들은 왜 '폐지'를 줍는가
    '단디바'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④ 어르신, 이제 '단디' 매세요


     




    20년 가까이 도로교통을 연구했다. 자동차는 급증했고 도로와 교통시스템은 복잡해졌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자 1위다.

    그중 어르신 교통사고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중 50% 이상은 65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사망 교통사고 대부분은 야간에 발생했고 취약계층에 집중돼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교통 전문가라면 누구라도 한번 쯤은 해봤을 생각들.

    도로교통공단 대구광역시지부 김정래 팀장도 같은 고민이었다. 수많은 교통사고 안전대책을 내놨지만 취약계층 사망률은 증가하고 있었다. 지난해 대구시에서만 야간교통사고로 어르신 50여 명이 사망했다.

    김 팀장은 취약계층 어르신 사망자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야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르신 대부분이 폐지를 줍다가 사망했다는 것. 그는 곧바로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먼저 낮 시간대 사고 다발지역을 살펴보았다.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어르신들이 눈에 띄였다. 어르신들은 도로 위를 걷다 재활용품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수거를 했다. 뒤에서 차가 오는 지 여부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일 때 마다 차량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모습도 연출됐다. 주간 사고는 어르신의 돌발 행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늦음 밤. 이번엔 차를 몰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많은 곳을 찾아 나섰다. 주택가나 재래시장, 철길, 그리고 고물상 밀집지역이었다. 낮과 달리 특이한 점이 눈에 들어왔다. 재활용품을 수집하시는 분들이 운전자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가로등이 없는 곳에서는 100m 전방에서 전조등을 비춰도 손수레를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20m 내로 다가가서야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밤에 어르신을 발견하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단에서 형광조끼를 나눠줬던 정책도 있었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어르신들은 아무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설사 입었다 하더라도 손수레에 높이 쌓인 짐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

    가로등마저 없는 골목길은 더욱 심각했다. 주차된 차량 사이, 교차로, 길 모퉁이에서 갑자기 어르신들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추운 겨울, 어두운색 계열 옷까지 입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도로위에서 손수레를 끄는 어르신들에게 "위험하다"는 말도 전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도로를 걷는 것이 불법이라고도 말씀드렸지만 그보다 폐지 수거가 우선이었다. 폐지 줍는 것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단체 교육도 불가능했다.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는 평소 소외계층 후원에 관심이 있던 민간기업 사람들을 만나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어르신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계속 쓸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밧줄이었다. 수거한 재활용품을 꽁꽁 감싸 수레에 고정해주는 밧줄. 수레와 함께 없어선 안 될 물품이었다. 손수레를 끄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고무로 된 검은색 밧줄을 쓰고 있었다. 밧줄은 광택이 없어 밤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김정래 팀장은 이와 같은 내용을 도로교통공단 대구광역시지부에 보고했다. 계속 증가하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보호할 방법으로, 바로 단디바와 관련된 업무를 승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하던 공단 측도 현장 중심의 발제를 흔쾌히 수락했다.

    공단의 승인이 떨어지자 김 팀장과 지인들은 본격적으로 밧줄 개발을 시작했다. 민간기업 재능기부와 함께 대구시, 대구경찰청의 정부 3.0 협업 프로젝트였다. 5개월간 현장에서 재활용품을 줍는 어르신을 상대로 의견을 듣고 테스트도 진행했다. 그 결과 폭이 넓은 밴드형 밧줄에 반사천을 붙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반사천 밴드는 멀리서도 폐지를 줍는 어르신의 손수레를 식별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밴드 이름은 '단디바'로 정했다. '단디'는 경상도 방언으로 '단단히', '똑바로 잘하다'란 의미가 있다. 어르신들이 수거한 물품을 밴드로 단단히 묶는다는 의미와 어르신의 안전을 신경 써 똑바로 보자는 뜻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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