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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500원…어르신들은 왜 '폐지'를 줍는가

인권/복지

    시간당 500원…어르신들은 왜 '폐지'를 줍는가

    [단디바 프로젝트②]재활용품 줍는 최 할아버지 이야기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도로나 골목에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줍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간단한 안전장치도 없이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르신들에게 '생명의 끈'을 만들어 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위험'합니다…김 할머니 이야기
    시간당 500원…어르신들은 왜 '폐지'를 줍는가
    ③ '단디바'는 어떻게 세상에 나왔을까
    ④ 어르신, 이제 '단디' 매세요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올해 일흔 다섯인 최 할아버지는 기초연금 수급자다. 약 20만원의 기초연금 중 월세, 전기세, 수도세, 약값 등을 빼고 나면 할아버지 손에 남는 건 5만 원 남짓. 남은 돈으로 한 달을 보내기에는 모든 것이 빠듯하다.

    아침 10시가 되면 최 할아버지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할아버지의 주된 일은 재활용품 수거. 할아버지는 매일 자신보다 큰 손수레와 함께 도로를 걷는다.

    "덜컹덜컹"

    재활용품 수거를 시작한 지 5년. 힘도 없고 마땅한 기술도 없는 70대 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일이 유일했다. 폐지, 고철, 플라스틱. 고물상에서 받아 주는 것이면 뭐든 가리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잠시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쉬는 것을 제외하면 오후 5시까지 쳇바퀴 돌듯 일을 한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낮에 수레를 끌면 어려운 점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도로 위 차량이다. 재활용품이 가득한 수레를 끌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나갈 수밖에 없다. 주차된 차량을 피하다 보면 1차로로 수레를 끄는 일도 다반사.

    수레가 커서 인도로 다니기 힘들고 설사 다닌다 하더라도 울퉁불퉁한 길을 오르내리다보면 애써 수거한 짐도 바닥으로 자꾸 떨어진다. 일을 막 시작했을 때는 차량이 없는 새벽 시간에 수레를 끌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간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밤길을 나서지 않는다.

    3년 전 그날,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 왔다. 운전자는 2차로에 있던 손수레를 확인하지 못했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멈추기 힘든 위치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차량은 그대로 손수레를 쳤다. 중력을 거부한 채 수레는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쾅"

    나뒹구는 플라스틱 통과 찢겨진 폐지. 손수레는 산산이 부서졌다. 움푹 패여 망가진 차량 앞 범퍼는 당시 충돌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려줬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잠시 뒤 한 남자가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왔다. 수레근처로 다가간 남성은 오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도에서 박스를 정리하던 할아버지가 남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날 이후로 최 할아버지는 재활용품 줍는 시간을 낮 시간으로 바꿨다. 걷는 방향도 차를 향해 걷는 역방향으로 바꿨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눈앞에 차량이 보이면 차량이 피해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오후 5시. 수레에 재활용품은 할아버지 키를 넘기고 있었다. 가볍지만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스티로폼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는 늘 가는 단골 고물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3,000원입니다"

    굳은살로 가득한 할아버지 손에 돈이 쥐어졌다. 30kg이 넘는 재활용품을 팔고 남은 돈이다. 폐지는 1kg당 60원, 고철은 잘만 하면 1kg당 100원까지 쳐줬다. 돈이 되던 페트병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활용품 사용이 줄어 1kg당 200원대로 떨어졌다. 스티로폼은 비싸게 받을 수 있지만 남들이 먼저 수거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6시간 일했으니 시간 당 500원을 번 셈이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70대 노인에겐 이마저도 감사했다. 요즘에는 소일거리와 운동의 목적으로 노인이 아닌 사람도 폐지를 줍는 사람도 있다. 승용차 트렁크에 폐지를 가득 실고 고물상으로 오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이해는 가지만 할아버지에게는 야속한 사람들이다.

    돈을 받은 할아버지는 빈 수레를 끌고 고물상을 빠져 나와 어디론가 걸어갔다. 멈춰선 곳은 슈퍼였다. 할아버지는 라면 1개, 소주 1병을 샀다. 남은 돈은 1,100원. 할아버진 남은 돈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자료사진(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5평 남짓한 집은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애써 수거했지만 고물상에서 받아주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작은 상 위에 있는 플라스틱 페트병 통을 집어 들었다. 윗부분이 잘린 페트병 속에는 동전이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오늘 가져온 돈 중 100원을 페트병에 넣었다. 한번 일 나갈 때 마다 100원짜리 동전 한 개. 할아버지는 매일 100원씩 넣고 있었다.

    돈을 모으는 게 목적이 아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자기 암시' 같은 것일 뿐. 내일 아침 눈이 떠진다면 할어버지는 늘 그렇듯이 또 폐지를 주우러 나갈 것이다.

    *위 글은 관련 자료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가상의 최 할아버지를 통해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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