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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압도적인 女王들, 부활 꿈꾸는 남자들

    '평창 모의고사' 강릉 쇼트트랙 월드컵 총결산

    '쇼트트랙 여왕과 왕년 황제의 귀환' 18일 강원도 강릉에서 끝난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4회 연속 2관왕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한 여자 대표팀 심석희(왼쪽)와 2회 연속 1500m 금메달을 따내며 부활을 알린 남자팀 이정수.(강릉=대한빙상경기연맹)

     

    16일부터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시작된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막을 내렸다. 한국 대표팀은 전체 10개 종목에서 금메달 4개, 은 1개, 동 2개로 쇼트트랙 최강국을 재확인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테스트 이벤트로 의미있는 성과도 냈다. 올림픽 모의고사인 만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주목한 이번 대회는 경기장 시설이나 관중 호응, 운영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결승 경기가 열린 17, 18일에는 1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올림픽 흥행을 예고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대표팀의 전력 차이와 단거리 종목의 보완은 과제로 남았다. 또 전광판과 음향, 주차 시설 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3일 동안 열전이 벌어졌던 강릉 쇼트트랙 월드컵을 결산했다.

    ▲심석희-최민정 쌍끌女…상대 견제-단거리 과제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편향' 현상이 이어졌다. 심석희(19 · 한체대)와 최민정(18 · 서현고) 등 여왕들이 압도적 기량으로 여자 대표팀을 이끈 반면 남자 대표팀은 베테랑 이정수(27 · 고양시청)이 부활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받쳐주지 못했다.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는 이번 대회 주종목 15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빛 질주를 펼쳤다. 최민정도 주종목 1000m에서 아쉬운 은메달에 그쳤지만 500m에서 시즌 첫 금메달을 따냈고, 계주까지 우승했다.

    둘은 4회 연속 월드컵 2관왕 행진을 이었다. 심석희는 장거리 최강의 면모를 이었고, 최민정도 500m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엘리스 크리스티(영국)가 1000m 1, 2차 레이스에서 최민정과 심석희를 제치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조재범 여자팀 코치는 "올림픽 등 다음 대회에선 좀 더 여러 가지 작전과 운영 능력으로 대처하겠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여자 대표팀 심석희(왼쪽)와 최민정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4회 연속 2관왕에 오르며 상승세를 잇고 있다.(강릉=빙상연맹, 노컷뉴스)

     

    이 종목 터줏대감 최민정은 "올 시즌 처음 금메달을 놓쳤는데 져봤으니 다음에는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여유있게 설욕을 다짐했다. 2차 레이스 동메달을 따낸 심석희도 3관왕 무산의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그래도 끝까지 달려 메달을 따냈다"면서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보다 500m에 대한 희망을 확인한 것이 더 큰 수확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여자 대표팀은 유일하게 이 종목 금메달이 없다. 1998년 나가노, 2014년 소치에서 전이경과 박승희(스포츠토토)가 따낸 동메달이 전부다. 최민정은 "장, 단거리를 다 잘하기가 어렵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선수들이 다 소화하고 있다"면서 "근력과 스타트 부분을 강화해 계속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평창까지 1년여를 남긴 가운데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질주는 올림픽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팬들은 심석희에게 '쇼트 깡패', 최민정에게 '쇼트 일진'이라는 다소 격한 별칭으로 압도적인 기량에 찬사를 보냈다.

    ▲'무거운 과제男' 치열한 경쟁 이겨내야

    여왕들의 군림에 상대적으로 남자 대표팀의 성적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금메달 1개, 동 1개를 거뒀다.

    이정수의 부활은 반가웠다. 이번 대회 1500m 결승에서 이정수는 극적인 역전 레이스로 짜릿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지난 3차 대회까지 2회 연속 금메달이다.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1000m, 1500m)였던 이정수는 2011-2012 월드컵 금메달 이후 기나긴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호응이 부족했다. 1000m 1차 레이스에서는 한승수(국군체육부대), 임경원(화성시청), 홍경환(서현고) 등 3명이 결승에 올랐지만 4~6위에 머물렀다. 1000m 2차 레이스는 결승 진출자도 내지 못했다. 그나마 500m에서 한승수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실격으로 동메달을 보탰다.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조재범 코치(왼쪽부터), 심석희, 최민정, 남자 대표팀 이정수, 김선태 감독이 18일 월드컵 4차 대회 결산 인터뷰를 마친 뒤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강릉=노컷뉴스)

     

    '이렇게 치열하다' 17일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1500m 결승에서 이정수(왼쪽)가 접전을 펼치는 모습.(강릉=평창 조직위)

     

    남자팀의 고전은 밴쿠버올림픽 이후 이어져온 '에이스의 부재와 전력 평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김동성, 안현수, 이정수 등 팀을 이끌 선수가 부족한 것이다. 심석희, 최민정이 버틴 여자팀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여기에 경쟁국들의 급성장도 남자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왕년의 스타들도 한목소리다. 김동성은 "이제 남자 쇼트트랙은 모든 나라 선수들이 평준화됐다"면서 "한국도 1위가 아니라 따라가는 입장이고 그날 컨디션 조절 잘 하는 선수가 이긴다"고 분석했고, 그의 라이벌이었던 안톤 오노(미국) 역시 "한국 코치진이 전 세계로 나가면서 노하우를 전해 신흥 국가들의 기량이 향상됐다"면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기 때문에 전력이 평준화됐다"고 말했다.

    김선태 남자팀 감독은 "여자부는 정상급 선수와 격차가 아직 있지만 남자부는 거의 매번 월드컵 우승자가 바뀔 정도로 차이가 없다"면서 "남자팀에 대해 비난보다 격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왕년 에이스 이정수도 "심석희와 최민정이 워낙 뛰어난 것"이라면서 "밴쿠버올림픽 즈음에는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눈치 싸움을 했지만 이제는 예선부터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만큼 선수들 기량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평창까지 난제가 남은 셈이다.

    ▲시설-운영, 세밀한 마무리 남았다

    선수단뿐 아니라 평창 조직위원회에도 풍성한 결실과 함께 과제도 남았다. 이번 대회는 전반적으로 합격점을 줄 만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세심한 마무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 시설과 흥행, 운영 등에 대해서는 칭찬이 많았다. 특히 결승 경기가 열린 17, 18일 1만여 명의 관중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김동성과 오노 등 왕년 스타들은 "빙질이나 시설뿐 아니라 팬들의 열광적 응원 등이 만족스럽다"고 평가했고, 미국 남자 대표 토마스 홍도 " 시설이 깔끔하고 깨끗하다"고 엄지를 세웠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장도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면서 "올림픽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호평했다.

    올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 전경(위)과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는 관중.(강릉=평창 조직위)

     

    다만 살짝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경기장 전광판이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는 대회 전 전광판이 아이스링크로 추락하는 사고로 임시 전광판을 사용한 때문이었다. 방송 음향에 울림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기에 주차 시설에 대한 불편의 목소리도 나왔다. 250여 대를 수용하는 주차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변 공사가 끝나지 않아 교통 혼잡도 발생했다. 안현수는 "전체적으로 다 만족스럽지만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부분은 살짝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희범 평창 조직위원장은 "이번 테스트 이벤트는 주차장과 전광판 등 일부 운영상의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준비가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잘된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한 종합 평가를 통해 나머지 대회는 물론 완벽한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까지는 417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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