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시대의 FA들' 올 시즌 뒤 4년 기준 총액 100억 원 안팎의 대형 계약을 맺은 KIA 최형우(왼쪽부터), LG 차우찬, KIA 양현종.(자료사진=LG, KIA)
양현종(28)이 친정팀 KIA에 잔류하면서 또 한 명의 대형 FA(자유계약선수)의 행선지가 결정됐다. 계약 규모는 1년 총액 22억5000만 원이다.
해외 진출을 노리다 잔류를 택한 양현종과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KIA의 절충안이다. 이미 최형우에 100억 원, 나지완에 40억 원을 안긴 KIA는 또 다시 100억 원 안팎의 지출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 역시 해외 진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만큼 1년 계약은 '윈-윈'으로 평가할 만하다.
양현종의 계약은 통상 이뤄지는 FA 4년 기간으로 환산하면 90억 원이다. 이전까지 팀 간판 윤석민(30)과 같은 액수다. 최형우보다는 적지만 윤석민과는 동급으로 대우를 하며 좌완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려줬다.
하지만 계약서 상에 나타나지 않는 옵션 등을 포함하면 25억 원 이상 규모라는 게 야구계의 시각이다. 이미 최형우도 실제로는 130억 원, 차우찬(LG)도 발표된 95억 원을 넘는 110억 원 안팎 계약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전 시즌 계약한 박석민(NC)의 96억 원, 장원준(두산)의 84억 원, 강민호(롯데)의 75억 원 역시 실제 계약 조건은 발표액을 웃돌 것이라는 의견이다.
▲FA 100억 시대, 수요-공급의 불균형 산물'FA 100억 원' 시대는 이제 현실이 됐다. 10승 이상 선발 투수, 30홈런-100타점을 쳐줄 거포의 표준가가 된 모양새다. 메이저리그(MLB)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대호나 황재균도 국내 팀과 계약을 맺는다면 어쨌든 100억 원(실수령액) 이상은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제 KBO 리그는 일본 구단들과 경쟁에서도 자금력에서는 꿀리지 않게 됐다. 양현종에게 요코하마가 제안했다는 2년 6억 엔(약 62억 원)은 KIA의 조건과 비슷하다. 세금 보전이나 옵션 등을 포함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굳이 해외 리그로 가지 않아도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KBO 리그가 됐다.
시장이나 매출 등에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KBO 리그의 몸값이 일본과 대등해진 것은 이상 현상이 아닐 수 없다. KBO 리그는 올해에야 800만 관중을 돌파했지만 일본은 1979년부터 센트럴리그만 10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양대 리그 합계 2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리그 정상급 FA는 적은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결과다. 우승이 지상과제인 KBO 리그 구단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력 보강이 FA 영입인 까닭이다. 고교 때부터 선수층이 얇은 한국 야구의 저변 때문에 FA 대어들도 그만큼 적다.
'해외파 프리미엄까지' 박병호(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김현수, 류현진, 강정호 등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선수들은 만약 KBO 리그로 복귀한다면 전성기 여부에 따라 4년 100억 원 안팎의 몸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자료사진=미네소타, 노컷뉴스, 피츠버그)
여기에 류현진(LA 다저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강정호(피츠버그), 김현수(볼티모어), 박병호(미네소타) 등 해외 유출도 한몫을 한다. MVP급 선수들이 타국 리그로 빠져나가 그만큼 FA도 귀해진다. 특히 KBO 리그는 해외 구단들과 몸값 경쟁을 해야 하는 터라 FA 몸값도 높아진다.
이런 비정상적인 몸값 폭등을 해소하려면 저변 확대가 필수다. 선수층을 두텁게 해 FA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구단들은 유소년 및 학원 야구에 대한 투자보다는 당장의 전력 보강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발전위원장은 FA 몸값이 폭등한 최근 몇 년 동안 "각 구단들이 중장기적인 육성보다는 FA를 영입해 단숨에 전력 강화를 꾀하려고 하면서 몸값이 뛰었다"면서 "FA 몸값으로 학원 야구 육성 등에 투자해왔다면 이런 기현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과연 야구협회 고교 100개 팀 공약 실천은?이런 상황에서 아마추어 야구를 주관하는 대한야구협회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최근 협회는 한국 야구의 거장 김응용 전 한화 감독(75)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에 선출됐다. 김 전 감독은 야구인 출신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국회의원 출신 이계안 2.1 연구소 이사장을 제치고 협회 수장에 올랐다.
김 회장이 공약으로 첫 손에 꼽은 것이 '고교팀 100개, 대학 40개 팀 확보'다. 올해 최초로 70번째, 71번째 고교 야구팀이 창단된 가운데 30개 정도 팀을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4000개가 넘는 일본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100개 팀이 주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후보 등록과 함께 "아마야구가 제대로 틀을 잡아야 한국 야구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 배출의 젖줄인 고교 야구가 살아야 KBO 리그도 살 수 있다는 문제 인식은 적절하다는 평가다.
최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 선출된 한국 야구 거장 김응용 회장.(자료사진)
하지만 현재 협회 움직임을 보면 김 회장의 '고교 100개 팀' 공약은 비현실적이 될 가능성이 적잖다. 김 회장은 취임일성으로 "스포츠에 가장 암적인 존재가 파벌"이라면서 "당선 이후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이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한다는 하는 사람"이라면서 "철저하게 개혁을 해야 하고 야구협회를 새로 뜯어 고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구계 개혁을 강조했던 김 회장은 함께 공약을 실천해나갈 협회 인사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야구인은 "정말 헌신적으로 일을 해나갈 사람이 아니라 몇몇 소수에 의해 엉뚱하게도 나눠먹기식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회장이 아닌 다른 인물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당초 협회장 선거인단은 109억 원 규모 재단을 공약한 이계안 후보 대신 20억 원 책임 확보를 내세운 김 회장을 선택했다. 지도자 53명, 선수 34명, 대의원 18명, 동호인 16명, 심판 16명, 산하 협회·연맹 임원 7명으로 이뤄진 144명 중 85표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김 회장 지지의 배경에는 한국 야구를 이끌어온 경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 터. 그러나 야구인들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현재 협회 상황은 애초 표심에 어긋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된 KBO 리그의 'FA 100억 시대'. 이런 기형적인 몸값 폭등 현상을 진정시켜주고 건전한 선수 수급을 책임져야 할 협회의 '고교 100개 팀' 공약은 그러나 현실이 되려면 아직 가야 할 갈이 멀고도 험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