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켈리' 전자랜드 제임스 켈리(24번)가 20일 KGC인삼공사와 원정에서 왼발목 부상을 당한 뒤 커스버크 빅터(10번)와 변영재 통역의 부축을 받으며 코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안양=KBL)
'덩크왕' 제임스 켈리(23 · 197.4cm)마저 쓰러졌다. 올 시즌 불어닥친 외인 부상 악령을 인천 전자랜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켈리는 20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KGC인삼공사와 원정에서 2쿼터 후반 부상으로 빠졌다. 전반 종료 2분 48초를 남기고 왼발목을 접질렸다.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를 하던 중 상대 수비수 데이비드 사이먼의 오른발 끝을 밟으면서 심하게 발목이 꺾였다. 극심한 통증에 켈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양쪽 부축을 받으며 코트를 빠져나갔다. 미국의 여자 친구가 이날 경기를 직접 관전한 가운데 벌어진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켈리는 올 시즌 덩크 1위를 달릴 정도로 호쾌한 플레이로 전자랜드의 사기를 끌어올려줬다.(자료사진=KBL)
켈리는 전자랜드의 핵심이다. 21일까지 득점 6위(평균 23.05점), 리바운드 7위(10개), 블록 8위(1.09개)를 기록 중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에도 엄청난 점프력으로 전자랜드의 골밑을 책임져왔다.
특히 덩크슛 1위(평균 2개)다. 켈리의 호쾌한 덩크는 팀 사기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김지완 등 가드들과 합작하는 앨리웁 덩크 등 여러 차례 명장면을 만들었다. 켈리의 경이적인 운동 능력은 전자랜드의 끈질긴 팀 컬러와 잘 어울렸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날 부상으로 켈리는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통상 발목 부상은 인대 파열로 이어져 최소 3주 정도 치료와 재활 기간이 걸린다. 다행히 켈리가 젊어 회복이 빠를 수 있지만 2주 정도는 기다려봐야 할 상황이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경기 후 "부기가 올라오고 있는데 내일 병원에 가봐야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체 선수 등 대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줄곧 5할 이상 승률로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켈리의 부상으로 현재 공동 5위(11승11패) 성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날도 켈리가 빠진 전자랜드는 골밑 열세를 절감하며 93-101 패배를 안았다. 커스버트 빅터(192cm)는 올 시즌 10.1점 7.5리바운드, 상대적으로 득점력이 저조하다.
'출정식 때만 해도...' 올 시즌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한 채 교체된 전 부산 KT 외인 크리스 다니엘스.(자료사진=KBL)
올 시즌 프로농구는 특히 외인 부상에 따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하위권 팀들은 모두 한 차례 이상 외인들의 부상으로 일시, 혹은 완전히 선수를 교체했다. 선수 교체는 팀 전술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쓸 만한 선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크리스 다니엘스 악몽 등 2명을 모두 교체한 부산 KT는 3승18패, 승률 1할대(.143)에 허덕이고 있고,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도 에이스 안드레 에밋의 부상으로 9위(6승14패)에 머물러 있다.
상위권 팀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던 '디펜딩 챔피언' 고양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의 부상으로 주춤하며 KGC에 1위를 내줬다. KGC, 서울 삼성, 원주 동부 등 상위권 팀들은 건강한 외인이 상승세의 한 원인이다.
지난 시즌 최하위 아픔을 딛고 올 시즌 선전을 펼쳐온 전자랜드. 과연 켈리 부상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