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를 돕고 있는 실무 지원 그룹에서 갈등과 혼선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1일 1사고'로 희화화되는 반 전 총장의 어이없는 실수들도 이런 불협화음이 배경이 된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외교팀 對 MB계' 갈등설 일축했지만…곽승준 돌연 하차앞서 '반기문 실무팀'을 둘러싸고 김숙 전 유엔대사를 중심으로 한 외교관 그룹과 친이명박계(MB)간 갈등설이 불거졌다.
반 전 총장이 앞세운 '정치교체론'과 친이계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외교관 그룹이 실무팀 내 인적청산에 나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반 전 총장 측은 이에 대해 "소설같은 엉터리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친이계 인사로서 반 전 총장의 정책을 담당했던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돌연 하차하면서 갈등설은 다시 불거졌다.
실제 대표적 친이계 인사로서 반 전 총장을 외곽에서 도와온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선거도 잘 모르는 이들이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려고 하니 일을 망친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 전 수석도 최근 "실무팀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지원활동을 이어갈지 고심하고 있다는 게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실무팀에 포함된 또 다른 친이계 인사도 "틀이 잡히면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 潘 측근 "누가 어떻게 돕는지 모른다"현재로서는 김숙 전 유엔 대사가 실무 지원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내부 인사들 사이에선 "누가 어떤 식으로 돕는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상생활로 다시 돌아간다"며 하차를 선언한 곽승준 전 수석에 대해서도 한 실무팀 소속 인사는 "마포 사무실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의 측근 외교관 그룹의 오준 전 유엔대사조차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4일 동안 해외출장을 갔다왔고, (지원 그룹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문에서 보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한 번 밖에 보지 못했고, 마포 사무실에도 한 번 밖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 전 대사는 곽 전 수석에 대해서도 "팀에 들어갔는지도 몰랐다"고 했고, "지원 조직 내에서 어떤 분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장 수행을 담당하는 이도운 대변인 측 조차 "반 전 총장 일정이 늦은 시간에도 추가돼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며 "누가 일정을 짜는지 모른다"고 설명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원 그룹 내에서 소통이나 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 전 총장 주변 인사들의 조언이 통일된 창구로 전달되는 지 조차 불확실하다.
◇ 답답한 여권…"빨리 정당과 손 잡아야"이런 상황 속에서 반 전 총장의 행보와 메시지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다보니 여권 내에서는 "빨리 정당에 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한 재선의원은 "설 연휴 전에 정당과 손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끝일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무감각과 통솔력을 두루갖춘 정당 인사가 반 전 총장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설 밥상'에서도 평가 반전이 없을 경우 반풍(潘風)이 소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반 전 총장도 이 같은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대사는 "처음부터 외교관 출신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도와드리고 있다"며 "반 전 총장도 '외교관들이 아닌 정치를 아는 사람들과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