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조'의 배우 유해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에게 지난해는 그야말로 '뭘 해도 되는' 해였다. 첫 단독 주연작인 '럭키'는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을 쳤고, 나영석 PD의 '삼시세끼-고창편'에 또 한 번 출연해 죽지 않은 예능감을 뽐냈다.
"이제 '럭키'도 제 안에서는 좋은 추억으로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항상 '럭키'(행운)를 바랄 수는 없잖아요. 제게는 정말 행운이었던 작품이고, 정말 배우로 살아가면서 이런 일이 한 번 올까, 말까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계속 빠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유일하게 그가 장기 출연하고 있는 '삼시세끼' 시리즈에는 따뜻한 신뢰와 애정을 보냈다. 그에게 '삼시세끼'는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라, 어쩌면 인간 유해진을 다루는 다큐멘터리 같은 존재다.
"저는 그게 세미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녁 때가 되면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해요. 특히 동갑인 차승원 씨랑 세월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죠. 부질없다고 느끼니까 그런 이야기를 해놓고 또 웃고…. 만약 100% 예능프로그램이었으면 제가 돔이 아니라 상어를 잡았겠죠. 다른 예능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사실적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 느낌이 좀 달라요."
누군가는 그에게 '너무 똑같은 옷만 입어서 질린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유해진'하면 떠오르는 것이 인간적인 캐릭터와 수더분한 생활 연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고민은 존재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배우의 중심은 조금 다르다.
"어떻게 전부 피해가겠어요. 아마 친근감 때문에 겹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사실 제가 연기하면 그게 무슨 캐릭터든 유해진이거든요.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가 쉽지 않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얼마나 제가 그 이야기 속에, 상황 속에 거슬리지 않게 잘 묻어 있느냐입니다. 어차피 제 얼굴이 나가는 거고,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어느 채널에서 그 영화를 방송할 때, 창피해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영화 '공조'의 배우 유해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언젠가는 마음이 쓰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배우는 너무 익숙한 것만 취해서는 안 되고, 끊임없이 고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도전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배우 자체가 그럴 수가 없는 직업이니까요. 남들이 들들 볶아주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볶게 되거든요. 제게는 깊은 내면의 아픔을 다루는 영화를 하고 싶은 목마름이 있어요. 사람 마음을 아주 후벼파는…. 너무 사탕만 먹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익모초도 먹고, 칡즙도 먹어야 되는데. '럭키'가 끝나니까 뭘 찾으러 떠나야 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는 오늘도 등산을 하면서 땀을 뺀 후, 인터뷰 장소에 왔다고 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휴식 기간에도 등산은 빠짐없이 한다고. 등산이나 운동은 유해진 스스로가 내뿜는 에너지의 원천이나 다름없다.
"몇 년 동안 매일 등산을 다니고 있어요. 좀 기운이 없을 때는 자꾸 신나는 쪽으로 움직여볼까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래야 또 떨치고 일어나서 하니까. 당연히 매일 매일 등산하는 건 힘든데 또 한계에 부딪쳤을 땐, 자극이 됩니다. 그냥 제 스스로 취미라고 해야 하나요? 그 때가 제일 행복해요. 그 시간을 그냥 보내면 되게 시간을 헛되이 보낸 느낌이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