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최순실씨의 정부인사 개입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관여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한모 컴투게더 대표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차은택씨와 송성각씨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송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진술했다.
한 대표 진술에 따르면, 송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임명되기 전 청와대에서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났다.
송씨가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온 전화를 받으니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송씨와 만난 자리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열심히 일 해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송씨가 진흥원장으로 임명되기 6개월 전부터 스스로 ‘진흥원장으로 간다’, ‘문광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간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송씨는 ‘실세 중의 실세’ 차은택씨가 이력서를 달라고 해 전달했고, 자신이 송사에 휘말린 적 있어서 차관으로 낮춰달라고 말했더니 2014년 12월 진흥원장이 됐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차씨의 최측근인 송씨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과 더불어 '최순실 정부인사 개입'의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를 모른다고 일관하다 결정적 증거가 제시되자 ‘최씨를 모른다고 할 수 없게 됐다’며 물러선 김 전 실장이 최씨의 정부인사 개입에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