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직무 정지 상태로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2일 65번째 생일을 맞아 청와대 참모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미·일 양국과의 군사협력 결과를 자화자찬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의 수사와 심판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고, 참모들은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내라거나 건강을 지키라는 등의 격려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1시간50분 동안 한광옥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 10여명과 청와대 관저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메뉴는 칼국수와 한식 다과 등이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실장은 건배사를 통해 "대통령의 65회 생일을 축하드린다"며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걸 잘 이겨내시려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 앞으로 일이 잘 풀리길 빌고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송구스럽고 고맙다"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포도주스로 건배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도중 김관진 안보실장에게 방한 중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뒤 10여일만에 미국이 국방장관을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보낸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한미간 군사협력 등을 공고히 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사려깊은 행동"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드 문제와 관련해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드가 배치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결정은 잘한 것이고, 한미동맹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할일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대해서도 "반대가 많고 어려움 많았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결단이었고, 잘 처리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IT 선진국이고 인공지능 분야도 발전해나가는 단계인 만큼, 일자리 문제 등의 큰 변화에 잘 대처해 나가야한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기간 클라우스 슈밥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을 읽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특검 수사 관련사항이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출석 여부 등 신변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포기 등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구체적인 최근 현안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나라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생일이라고 박수치고 노래 부를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차분하고 담담하게 특검 수사와 헌재 심판에 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찬행사는 "어려운 때일수록 잘 이겨내면 큰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잘 이겨내지 않겠느냐"는 한 실장의 격려성 마무리 발언으로 끝났다.
행사장 테이블에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꽃다발, 중국 팬클럽인 '근혜연맹'이 보낸 엽서·달력·티셔츠 등 선물이 전시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한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에 대한 황교안 국무총리의 생일 축하인사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