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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업가 정세권, 식민지 경성을 뒤바꾸다

책/학술

    개발사업가 정세권, 식민지 경성을 뒤바꾸다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걷기 여행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서울 북촌, 익선동 한옥마을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는 식민지 경성에서 펄쳐진 부동산 개발의 뜨거운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1920년대 익선동 166번지 개발을 시작으로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 북촌 한옥마을을 만들고, 봉익동ㆍ성북동ㆍ혜화동ㆍ창신동ㆍ서대문ㆍ왕십리ㆍ행당동 등 경성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조성한 인물, 정세권은 ‘건축왕’이라 불리며 경성의 부동산 지도를 재편하고 도시 스케일을 바꾸었다. 그는 근대 도시로 변모하던 경성의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을 담당하며 정력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일구었다.

    정세권의 부동산 개발은 근대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시 문제와 주택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단위 택지를 조성해 많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근대적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다. 부동산 개발의 주체인 디벨로퍼는 불법 인허가, 커미션, 폭력적인 철거, 복부인, 떳다방으로 대변되는 땅 투기판의 주범이나 브로커가 아니라, 적정한 수준의 주택을 대량 공급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가치를 끌어올리며 도시 발전을 이끌고 삶의 질을 높이는 사람이다.

    정세권은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개발하고 매도 또는 임대해 자본을 축적하는 사업가)로서 시대를 읽는 사업가의 통찰력과 기획력으로 경성 전역의 부동산 개발을 주도했다. 이 책은 식민지 경성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개척하며 근대 서울의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건축왕 정세권을 최초로 기억하는 작업이다.

    조선인 디벨로퍼들은 일본인들에게 밀려나면서 고유의 주거지역과 주거방식을 잃어버리게 된 조선사람들을 위한 한옥 대단지를 건설했다. 정세권이 주도한 한옥 대단지 건설은 기존의 토지나 택지를 쪼개 여러 채 작은 규모의 한옥을 대량 공급해 조선인의 주거지역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또 전통한옥에 근대적인 편리함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도시한옥(개량한옥)들이 새롭게 공급되며 조선인의 주거환경을 일대 혁신했다. 1970년대까지 북촌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 남아 있던 대규모 도시한옥 단지들은 이 시기 경성 개발시대의 유산이다.

    건축왕 정세권은 식민지 치하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서 조선인을 위한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대 최고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조선인 사회에 큰 족적을 남겼고, 민족자본가로서 민족운동에 재정적 기여를 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던 춘원 이광수에게 집을 빌려주고 주택을 지어줬다.특히 일제에 맞서 신간회, 조선물산장려운동, 조선어학회 등에 참여하며 형성된 언론인 안재홍, 국어학자 이극로와의 동지적 관계는 정세권의 일생과 사업에 큰 영향을 주었다. 조선물산장려운동은 초기 민족운동 명망가들의 관념적인 계몽운동 차원에서 정세권의 참여로 실물 경제 운동으로 발전했고, 정세권은 낙원동에 조선물산장려회 회관을 지어 기증하며 조선물산장려회의 재정을 담당했다. 또 이극로의 열정적 활동에 감명받아 화동에 조선어학회 회관을 지어 기증했고 물심양면으로 조선어학회를 지원했다. 물산장려운동은 정세권의 참여를 분기로 흥망성쇠가 갈렸고, 갖은 고초를 무릅쓰고 참여한 조선어학회 운동은 해방 후 최초의 한글사전 간행으로 성과를 남겼다.

    민족자본가 정세권의 민족운동 참여는 실제 고문을 받고 재산을 강탈당하는 등 일제의 방해와 탄압을 무릅쓴 것이었고 이후 그의 사업 역시 쇠락의 길에 빠졌다.

    건축왕 정세권의 한옥 대단지 건설은 조선인을 위한 한옥을 개량해 공급하는 것으로 조선물산(한옥)을 장려한 것이었다. ‘집장사’라는 당대의 오명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부동산 개발은 일제와 일본인들에 맞서 조선인의 주거지역과 집을 지킨 것이었고, 도시한옥(개량한옥)으로 조선인의 주거방식을 혁신했다. 또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여러 채 작은 규모의 주택을 대량 공급한 것은 도시 개발과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현대적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었고, 부동산 사업가로서 대단지 건설, 주택임대사업, 불황타개 전략 등은 현대적 기업가이자 혁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 책을 쓴 김경민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부동산ㆍ도시계획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계획 전공 교수를 맡고 있는 부동산ㆍ도시계획 분야의 전문가로, 도시계획과 부동산 개발이라는 현재적 관점에서 당대 정세권의 부동산 개발을 조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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