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동원한 청경들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12대 집행부 선거 투표소 설치를 막기 위해 둘러싸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MBC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신임 노조위원장 선거 투표소 설치를 물리적으로 막는 등 또 노조 활동 '방해'에 나서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에 따르면 MBC 사측은 오늘(6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로비에 12기 집행부 임원 선거를 위해 투표소를 설치하려는 노조 관계자들을 물리력으로 저지했다.
투표함, 기표소 등 선거 집기를 들고 로비로 온 노조 관계자들을 청경 20여명이 둘러싸 설치를 막았다. MBC본부는 '합법적 선거활동을 방해하는 범죄행위'라고 경고했으나, 사측은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BC본부는 현장에 있던 한 청원경찰이 "(투표소가) 직원과 외빈들의 통행을 막아 불편하다"고 한 것을 두고, "투표소는 본사 로비 조형물 뒤 기둥 옆에 설치돼 행인들의 통행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반박했다.
MBC본부는 투표소가 설치된 이후에도 사측이 청경 10여 명을 동원해 기표소 주변을 둘러싸고 투표를 방해하다 30분 만에 물러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사옥 일부 출입문을 폐쇄하고 입구마다 청경들을 배치한 상황이다.
MBC 청경들은 투표소가 설치된 후에도 한동안 투표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MBC본부는 "사측은 본사의 상암동 이전 이후 모든 조합 활동을 불허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일관했다. 노조는 이번 선거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 대기 체제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2012년 공정방송 170일 파업 때 해직된 박성제 기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가 24년 전 MBC 입사했는데 노조위원장 투표 못하게 하는 건 처음 보고 전두환 때 노조 처음 만들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얘네 도대체 뭘 믿고 이러는 걸까요?"라고 비판했다.
MBC가 합법적으로 보장되는 노조 활동을 방해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 11기 집행부 선거 당시에는 '내방객 편의'를 들어 투표소를 설치를 불허해, 쌀쌀한 날씨에도 사옥 밖에 투표소 천막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4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단체협약 조정중지 결정으로 인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게 된 MBC본부가 총파업 투표를 벌일 당시, MBC는 청경을 동원해 투표소를 몰래 촬영하다 발각되기도 했다.
그러나 MBC는 노조 활동 방해를 인정하는 대신, MBC본부를 "정파적으로 편향된 노조"라고 공격했다.
MBC는 같은 날 공식입장을 내어 "정치편향적 1노조는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을 틈타 회사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투표소를 설치하고 이의 철거를 요구하는 회사를 상대로 물리력을 동원해 거부하는 등 회사의 합법적인 시설관리권을 철저히 무시했다"면서 투표소 철거를 요구했다. 이를 무시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MBC본부는 오늘(6일)부터 8일까지 3일 간 12기 집행부 임원 선거를 치른다. 현재 보도본부 보도NPS 준비센터 소속인 김연국 기자가 본부장에, 대구MBC 지부장을 맡고 있는 도건협 기자가 수석부본부장에 입후보했다. MBC 사옥 경영센터 1층 로비, 미디어센터 11층 노조 사무실 두 곳에 투표소가 설치돼 있으며, 7~8일에는 모바일로도 투표가 가능하다. 개표는 8일 오후 7시 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