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노무현 정부 때 이뤄진 대북송금특검을 두고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 간 신경전이 재연됐다.
민주당 후보들이 당의 근거지인 호남에서 선전을 이어가자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송금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안희정 "한나라당 요구였다" vs 박지원 "대통령 돼도 그럴건가"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11일 전남 목포를 찾아 대북송금특검을 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과 다수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한 것이 불씨가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렇다면 대통령이 되면 부당한 야당의 요구도 받아들이겠다는 말인가"라며 "문재인 전 대표처럼 '내 몸의 절반'을 운운하면 그건 문재인이지 안희정이 아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당은 안 지사의 발언은 물론 문 전 대표의 앞선 대북송금특검 발언까지 싸잡아 맹비난했다.
김재두 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과 핵심세력이 한나라당과 야합해 대북송금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용한 것인데 안 지사가 기가 차게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며 "대선후보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정신 줄을 놓은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안 지사와 문 전 대표에게 사과를 촉구했다.
김경록 대변인도 12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1‧2등 대선후보들의 대북송금특검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로 교활하고 유치하다는 것이 놀랍다"라며 "대북송금을 미끼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획책한 것이며, 이제 집권을 위해서라면 군사독재 잔재세력과도 손을 잡겠다는 추악한 권력 상거래 본색을 은연중 드러낸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안 지사는 12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의 사과로 고초를 겪은 분들께 위로가 된다면 얼마든지 사과를 드린다"며 "현재와 미래의 과제를 놓고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수습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의 공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박지원, 또 다시 文·安 틈 벌리기 전략 가동안희정 지사가 사과에 나서자 박지원 대표는 이번에는 안 지사와 문재인 전 대표간 틈 벌리기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안 지사의 발언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역시 안희정"이라며 "거듭 밝히지만 안 지사는 그 내용과 진행 등에 전혀 관계치 않았다. 이렇게 정치를 하셔야 감동을 먹는다. 화이팅! 안희정 지사"라고 안 지사를 치켜세웠다.
박 대표는 특히 "안 지사도 최소한 민주당에서 대북송금특검에 반대했다"며 "오직 노무현 전 대통령과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만이 찬성한 사실을 아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대북송금특검의 책임을 오롯히 문 전 대표에게 지우는 모양새다.
앞서 박 대표는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산성'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지만 우리 국민은 그런 이변을 굉장히 바라고 있다"는 발언 등을 통해 문 전 대표를 우회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 국민의당·안철수 지지율 떨어지자 호남 역린 자극하나국민의당의 이런 행보는 당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전북·전남의 지역구 28곳에서 23명이 당선되며 호남을 싹쓸이했고, 총선 직후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호남에서 37.9%의 지지를 얻으며 이 지역에서 문재인 전 대표(25.1%)를 가볍게 제쳤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32%의 지지를 얻으며 민주당(45%)에 뒤졌고, 안 전 대표(11%)는 문재인 전 대표(31%)와 안희정 지사(20%), 이재명 시장(15%)에 이어 호남 지역에서 대선후보 중 4위로 추락한 상태다.
이에 호남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북송금특검을 문제 삼고 민주당 두 후보 사이를 벌려 국민의당이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니 대북송금특검 문제를 부각해 호남민심을 자극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전략이 성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우 원내대표는 "호남에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문재인‧안희정 후보가 '대북송금특검을 한 친노(친노무현) 세력'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고 싶은 것 같은데 지금 호남은 정권교체 가능성을 보고 민주당과 두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며 "국민의당과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네거티브전략으로 호남 민심을 얻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안 지사의 사과로 두 야당의 호남 쟁탈전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야권의 기반인 호남의 지지는 정권교체의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호남민심 확보를 위한 야권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