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정동구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검찰조사 당일 증거인멸 지시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정 전 이사장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증언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이한형기자)
그는 지난해 10월 21일 검찰 조사를 받기 직전 “잘 부탁 드린다. (자주) 연락 못 해 미안하다”는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
이에 정 전 이사장은 검찰에서 이사장 사퇴 이유에 대해 ‘재단 이사장직과 맞지 않다’고 허위 진술했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해 1월 13일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에 임명됐으나, 다음달 26일 안 전 수석의 압박으로 사퇴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이사장은 “당시 많은 언론에서 안 전 수석이 공격을 받고 있었다”며 “저까지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이사장이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안 전 수석이 다시한번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정 전 이사장은 검찰 조사 내용을 안 전 수석에게 유출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은 이후 검찰에 소환된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에게 정 전 이사장의 검찰 조사 내용을 미리 전달해 ‘말맞추기’를 시도한 바 있다.
한편 정 전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재단 이사장이 됐다고도 증언했다.
안 전 수석이 2015년 12월 19일 재단 이사장직을 제안하면서 “여러 번 정 회장님이 덕망이 있다고 추천을 받았고 ‘윗분’에게도 보고 드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직접 박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윗분’을 박 대통령으로 인식했다는 게 정 전 이사장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