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심석희가 20일 여자 1500m 시상식에 나선 모습.(삿포로=대한체육회)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20 · 한체대)는 의연했다. 억울한 파울을 당한 것도 모자라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이 무산됐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탓했다.
심석희는 21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경기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여자 500m 결승에 나섰지만 메달이 무산됐다. 결승선 앞에서 가장 먼저 나섰지만 중국 선수의 방해가 있었다.
출발 신호와 함께 2위로 치고 나온 심석희는 판커신의 뒤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파고든 심석희는 판커신을 근소하게 앞서 금메달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판커신이 마지막 코너를 돌던 심석희의 무릎을 잡아챘다. 이를 뿌리치는 사이 3위로 달리던 장이저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국 선수의 금메달을 위해 반칙도 서슴지 않은 중국이었다. 심석희는 이후 판커신과 함께 실격처리까지 돼 메달도 걸지 못했다. 판커신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에서도 박승희(스포츠토토)를 잡아채는 반칙을 범한 바 있지만 은메달을 받았다.
경기 후 심석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추월하는 과정에서 조금 마찰이 있어 둘 다 실격을 당했다"고 돌아봤다. 석연찮은 실격에 대해서는 "추월하는 과정에서 조금 타이밍이 늦었던 것 때문인 것 같다"면서 "판커신은 아무래도 내 허벅지를 잡으면서 실격됐다"고 분석했다.
위험인물 판커신을 대비했어도 어처구니 없는 파울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심석희는 "대비를 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최대한 염두에 두고 타긴 했다"면서 "그러나 그 상황 자체를 피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느꼈다"고 오히려 자책했다.
22일 남은 1000m와 계주 3000m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심석희는 "메달은 이제 따지 못했지만 이렇게 매 경기 경험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어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남은 경기까지 잘 집중해서 부상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