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와 열애에 빠진 남자' 정동현이 25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알파인 남자 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환하게 웃고 있다.(삿포로=대한체육회 제공)
'한국 스키 알파인 자존심' 정동현(29 · 하이원)이 2회 연속 금메달 목표를 달성했다.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 등으로 여자친구도 없이 스키에만 전념한 끝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정동현은 25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의 데이네 뉴 슬라럼 코스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알파인 남자 회전에서 1, 2차 합계 1분37초10로 1위를 차지했다. 1분39초18을 기록한 김현태(27 · 울산스키협회)와 금, 은메달을 나눴다.
2회 연속 금메달이다. 정동현은 2011년 알마티-아스타나 대회 슈퍼복합에서 우승한 바 있다. 한국 스키 알파인 사상 최초로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또 한국 알파인 스키 선수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뤘다.
정동현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키 신동으로 불렸다. 강원도 고성 출신인 정동현은 광산초등학교 1학년부터 될성부른 나무였다. 3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초등부를 접수한 정동현은 4학년이던 1999년 동계체전 3관왕을 달성했고, 6학년이던 2001년에는 초등부 4관왕에 오르며 초등학생으로는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아픔도 있었다. 고교생이던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대표로 뽑혔지만 학업 문제로 소집하지 않아 대한스키협회로부터 2년 동안 종합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는 대회 직전 오른 다리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동현은 꿋꿋했다. 2011년 알마티-아스타나 대회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대회전과 회전이 아니었음에도 슈퍼복합(슈퍼 대회전+회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최강을 확인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41위로 주춤했지만 지난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에서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인 14위에 올랐다. 결국 삿포로에서도 태극기를 바라보며 뿌듯하게 애국가를 들었다. 지난 22일 대회전 4위의 아쉬움도 훌훌 털어냈다.
'한국 스키 알파인의 자존심' 정동현이 25일 일본 홋카이도현 삿포로의 데이네 뉴 슬라럼 코스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키 알파인 남자 회전에서 금빛 활강을 펼쳤다. 사진은 22일 대회전 경기 모습.(삿포로=대한체육회 제공)
경기 후 정동현은 "대회 전에 세웠던 금메달 목표를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고 일단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전 대회는 주종목이 없어 힘겨웠다"면서 "이번에는 모두 자신이 있었는데 눈이 너무 물러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아 대회전을 아쉽게 잘 못했지만 회전에서 우승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현태와) 같이 시상대에 올라 기쁘다"면서 "일본에서 태극기를 높이 세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목표인 15개째 금메달이다. 정동현은 "오늘 아침까지 14개인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래서 더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원래 처음부터 금메달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것에만 집중했던 게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개막식 기수로서 입장하는데 책임감을 느꼈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 금메달 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감도 키웠다. 정동현은 "첫 목표(아시안게임 금메달)는 이뤘다"면서 "앞으로 올림픽이 1년 남았는데 체계적인 훈련으로 최고의 성적, 10위권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한국 나이로 30살이다. 정동현은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효심도 드러냈다.
대회를 마쳤지만 아직 바쁘다. 정동현은 "내일 귀국해서 모레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위해 출국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인지 아직 인생의 짝을 찾지 못했다. 정동현은 "훈련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여자친구도 없다"면서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고 짐짓 하소연했다. 그러나 곧바로 "스키가 제 여자친구예요"라고 밝게 웃었다. 천생 스키남이다.